주요 벤처·스타트업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투자 빙하기’에 자금 유치가 까다로워지자 업체들이 비상 긴축 경영에 들어가면서다. 이에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통보 받거나 해고 불안감에 새 직장을 찾으려는 인력들이 구직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분위기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376980)에 따르면 올 1월 이 플랫폼을 통해 입사 지원을 한 경우는 총 16만 6683건으로 집계된다. 전년도 같은 기간(10만 4560건)보다 59.4%나 늘었으며 이 플랫폼 서비스 개시 이후 최대치 규모다. ‘채용 비수기’로 꼽히는 12~1월 구직자들의 입사 지원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력직 이직 시장은 3월부터 8월까지 소위 제철로 불린다. 원티드랩은 현재 IT 업종을 비롯해 벤처·스타트업의 주된 채용 경로로 꼽히는 플랫폼이다.
이는 최근 인력감축에 들어간 벤처·스타트업들이 늘어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벤처·스타트업의 구조조정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회사로부터 사직을 통보받아 새 직장을 찾아 나선 경우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돈줄이 막히자 직원들에게 사직을 통보하는 곳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으로 불리던 곳조차도 비상인 상황이다. ‘그린랩스’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17년 설립된 이 업체는 국내 ‘애크테크’(농업 기술)를 주도하는 곳으로 불리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진입을 목전에 둔 상태였다. 하지만 자금난이 찾아오면서 현재는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규모 등에 대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 공식 입장이지만 일선 직원들 사이에서는 수백 명 단위가 될 것이라는 말들도 나온다.
공유오피스 업체 ‘패스트파이브’, 수산물 배송 플랫폼 업체 ‘오늘식탁’, 다중채널 기업 ‘샌드박스’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에듀테크’를 표방하는 교육 플랫폼들도 현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전언들이 상당하다.
사정이 이렇자 당장 ‘퇴출’ 통보를 받지 않았더라도 불안감에 이직 시장으로 떠밀려온 이들도 또한 다수를 차지하는 모습이다.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 등을 보면 입사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거나, 옆 동료들이 책상을 빼고 있다는 내용의 글들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실제 커뮤니티에는 “입사 2개월 됐는데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권고사직 당하면 퇴직금 정산은 어떻게 되나” 등과 같은 질문들이 줄을 잇는다. 원티드랩 관계자는 “IT와 스타트업 업계에 부는 구조조정 바람이 지금 보다 나은 직장을 찾고자 하는 직장인들의 심리를 자극했을 것”이라면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근속연수가 짧아지고 이직이 늘어난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속 타는 구직자와 달리 기업들의 움직임은 둔하다. 원티드랩에 올라온 1월 신규 구인공고는 507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5%나 줄었다. 그만큼 새 직원을 찾겠다고 나선 회사들이 적다는 의미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신규 구인이 많을 때는 1개월 기준으로 8000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채용으로 연결되는 사례 또한 적어졌다. 올 1월 합격건수는 1062건에 그쳐 작년 같은 시기보다 10.2%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 상 벤처 시장의 분위기 회복에는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그 동안 자금을 아껴뒀던 업체들은 이 때를 이용해서 ‘알짜인재’를 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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