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행보를 멈출 만큼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올 상반기 저점을 찍고 하반기부터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경기 반등의 전제 조건 중 하나인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불확실한 데다 수출 개선 효과도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경우 ‘상저하저(上低下低)’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하반기 2.2%에서 올해 상반기 1.1%로 저점을 찍은 뒤 하반기 2.0%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분기별로는 지난해 4분기(-0.4%) 역성장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도 침체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 1~2월 수출이 급격히 악화된 만큼 3월에 중국 관광객 유입 등 반전이 없으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에도 한은이 하반기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가장 큰 근거는 수출이다. 상품 수출 증가율이 올 상반기 -4.0%까지 떨어졌다가 하반기 5.0%로 단숨에 회복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도 상반기 44억 달러 적자에서 하반기 304억 달러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수출과 내수 둘 다 문제지만 무역적자가 워낙 심각해 일단 수출 회복이 급선무”라며 “특히 무역의존도가 큰 우리로서는 중국 경제가 회복돼야 수출도 살아나고 무역적자도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수출 회복을 좌우할 중국 리오프닝 시기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모두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회복돼도 수출 개선을 체감하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봉쇄 기간 중 쌓인 재고가 소진된 후에야 수요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수출 개선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2.7%로 인도네시아(4.8%), 인도(4.2%), 일본(3.9%) 등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낮다. 노무라 등은 리오프닝에도 건설투자가 회복되지 않아 수출 개선 효과 자체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줄고 있다. 유엔 경제사회처(UN DESA)는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 성장률이 0.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봤는데 베트남(-0.4%포인트), 홍콩(-0.3%포인트) 등 다른 국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반대로 중국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성장률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과거 중국 경제가 1% 성장하면 한국도 0.2~0.25% 올랐는데 이제는 그 효과가 절반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현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중국 리오프닝과 달러 강세 완화 등으로 수출 개선이 예상되지만 다른 나라보다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하반기 개선에 대한 신호가 뚜렷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중국의 봉쇄 해제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겠지만 미중 갈등 문제가 남아 기대만큼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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