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0.4%의 확률로 투자 의견을 높인 종목들이 있다. 투자 의견 상향은 목표주가 상향보다 더 강력한 매수 신호로 여겨지는데 이번 달 1000건이 넘는 종목 분석 리포트 중 단 5건만 담겨있다. 이달 미국의 긴축 완화 기대감이 옅어지면서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장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증권 전문가들의 선택이 통할지 주목된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국내 증권사가 코스피200 종목에 대해 발간한 리포트는 총 1202건으로 이중 ‘투자의견 상향’ 리포트는 5건이었다. 전체 리포트 중 0.41%다. 투자의견 유지가 1106건(92.2%)으로 가장 많았고 신규 제시가 76건(6.3%), 하향은 15건(1.2%) 이었다. 2월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높인 리포트가 전체 16.7%인 것을 고려하면 투자의견 상향은 뜸한 일이다. 투자의견을 상향한 5건의 리포트를 기업 별로 보면 총 4곳이었는데 넷마블(251270)·한화솔루션(009830)·아모레퍼시픽(090430)·SK하이닉스가 주인공이다.
우선 넷마블은 한화투자증권이 3개월 만에 보유에서 매수로, 신한증권이 7개월 만에 중립에서 매수(Trading BUY)로 조정했다. 목표주가도 한화가 7만 2000원으로, 신한이 6만 3000원으로 높였다. 김소혜 한화투자 애널리스트는 “2분기부터 신작이 촘촘하게 나오고 중국 판호를 받은 4종 게임이 하반기부터 로열티 수취 방식으로 수익을 인식할 것”이라며 “적자 규모가 구조적으로 줄고 있는 점도 호재”라고 설명했다. 넷마블은 4분기 매출 6869억 원, 영업손실 198억 원으로 예상치(영업손실 204억 원)에 부합했다. 2분기부터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그랜드크로스 W△신의 탑: 새로운 세계 등 신작이 이어질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은 IBK투자증권이 이달 적극매수로 투자 의견을 상향했다. 현재 주가 대비 목표가가 가장 높다. 목표가는 8만 6000원으로 현재 주가(4만1600원) 대비 2배 이상이다. 우선 주력인 태양광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배 이상(164%)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발전 자산 매각에 따른 실적 개선, 미국 인플레이션방지법(IRA) 관련 이익의 본격 반영, 화학(케미칼) 부문의폴리염화비닐( PVC) 규제 완화, 중국 리오프닝 효과, 인도의 총선 전 인프라 활성화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에 아모레퍼시픽에 대해서도 하나증권은 중립에서 매수로 투자의견을 높였다. 목표주가는 20만 원을 제시했다. 박은정 애널리스트는 “2021년 김승환 사장의 복귀와 함께 브랜드, 디지털, 재구조화 방향을 천명했고 지난 2년간 중국 오프라인 채널 정예화, 전사 인적 조직 효율화를 단행했다”며 “4분기 영업익(570억 원)이 전년대비 123% 개선된 것은 효율화 원년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익 추정치도 42%가량 상향 조정했다. 특히 올해는 중국, 미국, 일본 등 핵심 채널의 도약, 방한 외국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불안한 시선이 있다지만 SK하이닉스에 대해 이베스트증권은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높였다. 목표주가도 11만 5000원으로 10% 상향했다. 올해 연간 매출이 전년대비 44% 감소한 24조9000억 원, 영업손실 역시 11조5000억 원으로 역대급으로 악화될 전망이지만 남대종 애널리스트는 “우려를 기회로 삼아야 할 시기”라고 봤다. 그는 “재고 수준이 1분기 정점을 찍고 2분기부터 시황이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며 “적자가 늘어 현금 흐름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연간 설비 투자 규모는 7조 원 정도인데 추가적 자금 조달로 축소한 투자를 적절한 시기에 다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 전문가들은 리포트 발간 시기를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호재를 분석해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높인 아모레퍼시픽은 보고서 발간일인 이달 2일 주가가 15만1000원 이었는데 이달 24일 기준으로는 14만4800원으로 오히려 4.1% 가량 하락했다. SK하이닉스도 발간일(3일) 대비 1000원 정도 주가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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