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전이 시작된 가운데 자금 사정이 악화한 국내 업체들이 ‘복병’으로 떠오른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 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의 과도한 ‘자기 실리 챙기기’에 울상을 짓고 있다.
27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인천공항 1·2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신규 입찰 신청에 일반사업권(대기업 대상)을 두고 경쟁할 국내 빅4(롯데·신라·신세계(004170)·현대)와 중국 CDFG가 모두 신청을 완료했다. 통상 입찰 참여사들이 신청일에는 상대 교란을 위해 ‘연막탄’처럼 모든 사업권에 신청서를 낸다. 따라서 실제 각사가 입찰 참전 의사가 있는지, 어느 사업권을 공략하는지는 제안서 접수일인 28일 명확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 입찰에 걸린 사업권은 총 7개로 이 중 대기업 몫은 △향수·화장품·주류·담배 2개(DF1·2) △패션·부티크 2개(DF3·4) △부티크 1개(DF5) 등 총 5개다. DF1·2와 DF3·4·5에서 1곳씩 최대 2개 사업권을 가져갈 수 있으며 운영 기간은 10년(5+5)이다.
중국이 높은 입찰가를 써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자금력에서 밀리는 국내 업체 사이에서는 ‘낙찰 된 후도 문제’라는 한탄이 나온다. 당장 최종 입점사로 선정되면 계약 시 임대 보증금(약 9개월치)을 현금 납부해야 하는데, DF1·2의 경우 각각 1130억 원, 1190억 원에 달한다. 이 보증금은 2019년 월평균 출국 여객의 80%(235만 2652명)에 사업권 별 객당 임대료를 곱한 금액의 900%(9개월 치)로 산정한다. DF1과 DF2는 객당 임대료(최저)가 각각 5346원, 5617원이다. 업계는 “현금 유동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1000억 원 넘는 돈을 마련하려면 이자 부담을 감수하고 대출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이 추진하는 ‘스마트 면세점’에서도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 인천공항은 각 사가 인터넷 면세점이 이미 활발하게 운영 중인 상황에서 공항 모바일 앱에 개별 사업자의 인천공항 전용 면세 사이트를 숍인숍 방식으로 구축한 ‘스마트 면세점’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입찰 참여사들에 ‘DF1~4는 필수 운영해야 하고 나머지도 운영을 권장한다’고 공지했다. 공항은 오프라인 매장 임대료와 별도로 스마트 면세점 매출액에 품목별 영업요율 등을 반영한 임대료를 매 반기(1·7월)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일부 업체는 인천공항의 코로나 19 임대료 감면 종료로 계약 기간이 수개월 남은 매장에 대해 월 100억 원대의 임대료를 내야 해 자금 사정이 더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입점이 안 되면 큰일이지만, 되더라도 한걱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중국 업체가 안방 진입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공항공사가 국내 면세 산업 전반에 대한 고려보다는 자사 이익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신규 사업자는 2차에 걸친 심사를 거쳐 4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3월 인천공항이 1차(임대료 40%, 사업계획 60%)로 복수 업체를 추리고, 관세청의 2차 심사 후 공항공사 평가 점수 50%(가격 40% 제안서 10%)와 관세청 점수 50%를 합산해 고득점 업체를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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