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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AA급도, BBB급도 흥행 랠리…LG전자 회사채에 2.5조 '뭉칫돈'

2년 만의 LG전자 회사채 발행

민평금리 하회한 언더발행 성공

BBB급 비우량채 한진에도

400억 모집에 1600억 몰려

기업별 옥석가리기는 여전

롯데물산은 미매각 겨우 면해





신용등급 ‘AA’ LG전자(066570)가 회사채 발행을 위한 3500억 원 규모 수요예측을 27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같은 날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신용등급 ‘BBB+’의 한진(002320)도 목표액의 4배를 끌어모으며 최근 회사채 시장의 훈풍 기조를 이어갔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날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결과 총 2조 5850억 원의 주문을 받았다. 3년물(1400억 원)에 1조 1450억 원, 5년물(1200억 원)에 8700억 원, 7년물(400억 원)에 3500억 원, 10년물(500억 원)에 2200억 원의 수요가 발생했다. 목표 금액의 7배가 넘는 ‘뭉칫돈’이 쏟아진 셈이다. LG전자의 회사채 발행은 2021년 5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앞서 LG전자는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30bp(1bp는 0.01%)를 가산한 금리를 희망 이자율 범위로 제시했다.

수요예측이 흥행하면서 △3년물 -30bp △5년물 -36bp △7년물 -39bp △10년물 -50bp 등으로 물량을 채웠다. 시장이 평가하는 회사채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려는 투자자가 훨씬 많았다는 의미다. 이에 LG전자 측은 발행액을 최대 7000억 원까지 증액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 달 7일 발행될 LG전자 회사채 금리는 3년물은 3.8%대, 5년물은 4.1%대, 7년물과 10년물의 경우 4.3~4.4%대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3000억 원 규모 회사채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2016년 7월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오는 3월 29일 만기로 빌린 500억 원 중 200억 원도 상환한다. 조달 금액 중 남은 300억 원은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

LG전자는 한국기업평가(034950),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3대 신용평가사에서 모두 AA등급을 받으며 안전성 측면에서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 신평사들은 LG전자의 사업경쟁력과 재무안정성을 우수하게 평가했다. 이주호 한신평 연구원은 “2023년에도 고금리,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TV, IT(정보기술) 등 내구소비재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보여 매출 외형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다각화된 제품 포트폴리오 기반의 안정적인 이익창출력과 영업현금창출력 대비 크지 않은 CapEx(자본적 지출·영업을 통해 미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00억 원 모집 비우량채에도 1600억 원 주문


투심은 우량채와 비우량채를 가리지 않았다. 한진은 이날 4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총 160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200억 원씩 모집하는 1년물과 2년물에 각각 620억 원, 880억 원이 들어온 것이다.



LG전자에 이어 한진 역시 ‘언더 발행’에 성공했다. 앞서 한진은 희망 이자율 범위로 민평금리에 -50~50bp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는데, △1년물 -50bp △2년 -32bp에서 물량을 채웠다.

한진은 조달한 금액을 모두 택배물류기기, 운영시스템 개발 등 운영자금에 사용할 예정이다. 앞서 한진이 2022년 10월 발행한 300억 원 규모 회사채의 만기는 2024년 10월까지로 약 1년 6개월가량 남았다.

한진이 다음달 7일 발행할 회사채 금리는 4.9%이상~5.1%미만 범위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황종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택배 및 항만하역 부문의 실적 개선으로 (한진의)전반적인 수익성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 “2022년 6월말 차입금의존도 지표가 49.5%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재무부담이 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면서도 “추가적인 재무안정성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자산매각 및 실적 회복을 바탕으로 현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최근 롯데 계열사들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계열회사간 자금 거래’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물산은 이날 2년물(400억 원) 모집에 800억 원 주문을 받았지만 3년물(600억 원) 모집에 600억 원을 받아 가까스로 미매각을 면했다. 앞서 롯데케미칼도 22일 3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3년물(2500억 원) 2500억 원의 주문을 받은 적 있다.

롯데물산은 희망 금리 역시 민평금리 기준 -30~70bp을 가산한 범위로 제시했지만 2년물 20bp, 3년물 70bp에 물량을 채우며 모두 ‘오버 발행’하게 됐다. 다음달 8일 발행되는 3년물의 경우 5.2%선에서 금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물산의 신용등급은 ‘AA-’로 ‘BBB+’인 한진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물산의 회사채 발행이 흥행하지 못한 건 향후 롯데물산이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 계열사 지원을 확대할 경우 재무지표가 단기간에 나빠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물산은 올해 들어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참여 약 2300억 원, 롯데건설 관련 유동화회사 대여금 1500억 원, 롯데건설 관련 자금보충약정 5300억 원(보충한도 기준) 등 계열 지원 부담이 대폭 늘어난 상태다.

장미수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롯데물산의)신용도에는 롯데그룹의 유사시 계열지원가능성이 반영돼 있다”며 “(롯데물산 측)지원의지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장 연구원은 “(롯데월드몰 등)임대수익을 중심으로 연간 3500억 원대의 매출액과 안정적인 수익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면서도 “(계열사에 대한)자금유출 등으로 중단기 재무부담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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