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최대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지난해 말 미국 오픈AI가 공개하면서 촉발된 챗GPT 열풍이 대서양을 건너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관을 휘감았다. 글로벌 통신사들은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로봇·모빌리티·디지털전환(DX) 전략을 대거 선보였다. 퀄컴·노키아 등 칩셋·장비업체도 모빌리티와 확장현실(XR) 등을 내세워 모바일 너머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전시장 뒤편에서는 유럽연합(EU)과 유럽 대형 통신사들이 ‘망 사용료 전쟁’의 포문을 열어 넷플릭스 등 콘텐츠제공사(CP)를 정조준했다.
27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23에서 글로벌 통신사들은 AI·DX·모빌리티를 전시 주제로 내세웠다. AI 분야에서는 SK텔레콤이 단연 돋보였다. SK텔레콤은 전시장 절반을 초거대AI ‘에이닷’과 AI 반도체 ‘사피온’ 등 AI 관련 기술 소개로 채웠다. 나머지 절반은 실물 크기의 도심항공교통(UAM) 시뮬레이터를 비치해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주목받았다. KT도 초거대AI ‘믿음’과 AI 반도체 ‘리벨리온’과 AI 인프라 솔루션 ‘모레’, 배송·방역로봇 등으로 ‘디지코’ 성과를 알렸다.
이번 전시에 앞서 새 브랜드 이미지를 공개하고 디지털 혁신을 위한 솔루션 제공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한 노키아는 5G 장비뿐 아니라 지능형 로봇과 스마트 공장 자동화, 버추얼 트윈 등 AI·로봇 관련 기술이 전면 배치됐다. 유럽의 대표 통신사인 텔레포니카·오랑주·보다폰 등도 일제히 스마트공장·로봇·XR·사물인터넷(IoT)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미국 대표 통신사 버라이즌과 미국·유럽을 망라하는 T모바일(도이체텔레콤)은 위성 통신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일본 NTT도코모는 6G 비전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6G는 2028년 상용화가 목표로, 현재 표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NTT도코모가 제시한 6G 활용처는 ‘햅틱(촉각)’이다. 6G는 5G보다 속도가 10배 빠른 만큼 사용자의 몸짓 하나하나의 대용량 정보를 수집해 초고속 전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원거리에서 또 다른 내가 활동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차이나모바일도 ‘트윈 바디’와 ‘감각·소통·컴퓨팅 통합’ 등 6G 활용처를 소개하며 차세대 통신 시장 선점 의지를 내비쳤다.
모바일 기기의 ‘두뇌’를 맡는 퀄컴도 모바일AP가 아닌 모빌리티·XR 관련 칩셋을 대거 선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퀄컴의 전시관은 모바일이 모빌리티, 나아가 가상세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며 “전시와 모바일 신제품 공개가 주였던 MWC가 미래 사업 전략 제시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올해 개막 기조연설에서는 망 사용료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열린 미래의 비전(Vision of an open future)’을 주제로 한 첫 기조연설에 나선 유럽 통신사와 정부 측 고위 인사들은 CP에 맹공을 퍼부었다. 유럽의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을 주도하는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위원은 “막대한 망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새로운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이사회 의장인 호세 마리아 알바레스 팔레트 로페즈 텔레포니카 최고경영자(CEO)도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며 협력이란 모든 사람이 공정한 분담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텔 하이드만 오랑주 CEO 역시 "향후 10년의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네트워크 비용에 대한 공정하고 직접적인 기여가 필요하다”며 “공공기금보다는 (CP의) 사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