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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순국전 친필…113년 세월까지 살렸죠"

■ '안중근 유물 복원' 남유미 삼성문화재단 수석

'경력 66년' 보존연구팀 3명 투입

10년 발효 고풀 등 천연재료 사용

통상 2주 걸리지만 1년간 복원

가족사진첩 등 3점 리움서 전시





보존처리된 지사인인살신성인 유묵. 사진제공=삼성문화재단


지사인인살신성인 족자를 복원하는 남유미 수석의 모습. 사진제공=삼성문화재단


‘지사인인 살신성인(志士仁人 殺身成仁)’ 높은 뜻을 가진 선비와 어진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논어 속 문구다. 우리에게는 안중근 의사가 1910년 3월 여순 감옥에서 죽기 직전 남긴 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유묵(죽기 전 남긴 글이나 그림)은 안 의사의 공판에 참석한 한 기자가 안 의사로부터 전해받은 후 지난해 안중근의사숭모회에 전해졌다. 유묵은 세월을 드러내듯 종이가 울퉁불퉁하고 들떠 훼손의 우려가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유묵이 붙은 족자는 일본식. 이 족자에서 일본의 때를 벗겨내야 할까. 안 의사의 유묵과 사진첩 등 유물 3점의 복원을 맡은 삼성문화재단 보존연구실은 고심 끝에 ‘현상 유지’를 택했다. 이 유묵이 113년간 지나온 시간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2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 미술관 보존연구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남유미 삼성문화재단 보존연구실 수석은 “최초에 유묵은 낱장이었지만 일본인들이 감상을 위해 족자로 제작했다, 그들에게 이 유묵은 보물이었다는 점을 보여줘야 했다”며 복원과정을 설명했다.



안중근 유묵 복원은 글씨가 쓰여진 종이를 재정비해 실크 소재의 천에 다시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통상 2~3주 정도면 충분한 작업이지만 남 수석과 보존팀은 1년 이상의 시간을 썼다. 총 6회 이상의 건조가 필요한 천연재료를 사용한 탓이다. 남 수석은 “건조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며 “앞으로도 계속 전시하고 활용돼야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보존 이후를 고려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문화재단 지하에서 숙성되고 있다는 ‘고풀’도 작업 시간이 늘어 이유다. 고풀은 밀가루 중에서 전분 만을 추출한 풀로 재단은 10년 이상 삭힌 풀을 항아리에 담아 지하에서 보관한다. 남 수석은 “풀은 10년이 지나야 비로소 순백의 흰색이 된다”며 “이 중 60%는 실패하기 때문에 환경과 보관방법 등이 복원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고 말했다.

삼성문화재단은 1년 전인 지난해 3월 안중근의사숭모회가 소장 중인 안중근 의사 가족 사진첩 1점과 유묵 2점의 보존 처리를 지원키로 했다. 통상 기업이 유물의 보존처리를 지원할 때는 복원 비용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삼성문화재단은 처음으로 외부 소장 작품의 직접 복원을 결정했다. 그리고 남 수석을 포함한 총합 경력 66년의 보존연구팀 3명이 이 복원 작업에 투입됐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지만 사명감 만큼은 남달랐다. 남 수석은 “1년에 10~15건의 작품을 복원하는데 모든 작품의 사연이 다르고 상태가 다르다”며 “이 일을 좋아해야만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의사의 ‘가족사진 사진첩’ 유물 복원을 결정한 것도 사명감 때문이다. 김아려 여사와 두 아들 모습이 담긴 '가족사진'은 사실 일본 경찰이 찍었고, 안 의사의 통역관이던 일본인이 보관했다. 세월이 흐르며 사진첩은 연결부가 끊어져 분리됐고 모서리는 닳았다. 사진첩의 연결은 복원의 최대 난제였다. 사진첩은 줄곧 옆으로 여는 방식으로 보관 됐지만 좌우 어느 곳에도 연결 장치의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작업을 거의 완료하고 ‘연결’만 남겨둔 상태에서불현듯 ‘위아래 연결 방식’을 떠올린 건 순전히 보존팀의 ‘집념’ 덕분이었다.

1년간의 보존처리를 마친 안 의사의 옥중 유묵 2점과 가족 사진첩은 28일부터 리움미술관 전시 '초월-과거와 현재, 국경을 넘어 만나다'를 통해 대중에 공개됐다. 재단은 앞으로도 안 의사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을 지속할 예정이다. 남 수석은 “안중근 관련 사업은 이제 시작이며 앞으로도 7작품이 더 보존처리 될 예정”이라며 “올해부터는 국외 소재 문화재 재단 등과 함께 해외 서화 보존 작업도 활발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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