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현지 실사를 한 달여 앞두고 전 세계를 돌며 유치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말 최종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가장 강력한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지하는 국가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기업인들이 전선 방어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다. 재계는 부산엑스포 유치 설득과 함께 현지 투자와 사회 공헌 논의도 진행하며 해외 고위 관계자와 교감의 폭도 넓히고 있다.
최 회장은 2월 28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총리궁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면담을 갖고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쳤다. 한국 측은 최 회장을 비롯해 박상훈 주스페인 대사, 홍성화 유치사절단 위원, 성일경 삼성전자 구주총괄 부사장이 참석했다. 스페인 측에서는 마누엘 데 라 로차 총리실 경제수석 등이 나왔다.
최 회장은 양국 간 협력 증진과 부산엑스포에 대한 스페인의 지지를 요청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부산엑스포 유치와 함께 양국 산업 간 협력도 돈독히 하기로 했다.
산체스 총리는 “스페인은 유럽 2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반도체 산업 생태계도 잘 갖춰진 국가”라며 “한국 기업의 스페인 투자 진출이 확대되기 바라며 올해 하반기 서울에서 개소되는 세르반테스 문화원을 통해 양국 간 문화 협력도 증진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 역시 “탄소 중립을 포함한 전략적 산업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 지난해 말 산체스 총리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아 삼성과 스페인의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스페인 바스크 정부도 지난해 말 방한해 SK하이닉스, ㈜두산 등을 만나 경제 교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최 회장은 스페인 총리 면담에 이어 레예스 마로토 산업통상관광부 장관을 만나 부산엑스포의 목적과 비전을 설명했다. 산업통상관광부는 2030 엑스포 개최지를 선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다.
정의선 회장은 현재 엑스포 유치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사우디가 아프리카·카리브해 지역 전선을 넓히는 데 대한 방어에 나섰다. 사우디는 최근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일부 국가의 공식 지지를 이끌어냈다. 정 회장은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미한국대사관 주관 아프리카 및 카리브해, 태평양 연안 주요 12개국 주미대사 초청 행사에 참석했다. 정 회장은 조태용 주미한국대사와 함께 각국 대사들에게 부산엑스포 개최를 추진하는 한국과 부산의 비전을 강조하며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 그는 “복합적인 위기와 도전에 직면한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경험과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글로벌 과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각국 주미대사와 함께한 자리에서 현지 자동차 인재 육성을 위한 현지 유수 대학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산학 협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현대차(005380)가 할 수 있는 현지 보건 인프라 구축과 같은 다양한 사회 공헌 방안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정 회장은 전 세계 각국에 투자한 곳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현대차·기아의 유럽 생산 거점이 있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를 연이어 방문해 양국 총리를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를 호소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해외 현지 방문과 방한 인사 면담으로 20여 개국 고위급 주요 인사를 만나 전폭적인 지지를 부탁했다.
현대차그룹은 다음 달 2~7일까지 예정된 BIE의 부산 현지 실사 기간에는 그룹의 온·오프라인 역량을 가동해 유치 총력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엑스포 실사단은 후보국의 유치 역량과 준비 수준 등을 심층 평가해 실사 보고서를 작성하며 여러 평가 항목 중 유치 지원국의 국민적 열기와 지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