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공전 끝에 지난달 국회 통과가 기대되던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상정조차 되지 못하면서 관련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의료계가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연내에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일 보험 업계 및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안건이 상정되지 못했다. 논의 안건 앞 순서에 배정됐다가 최종 조율 과정에서 안건이 아예 빠졌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가입자의 요청을 받아 보험금을 전산으로 바로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연초 대통령 업무 보고에 포함되고 여당에서도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 법안 통과 기대감이 커졌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올해 1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의료계가 거부한다면 입법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의료계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한데 모이는 ‘8자 협의체’를 통해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구성을 제안한 8자 협의체는 이달 9일 첫 회의를 갖는다. 이에 △금융위원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의협·금융위 추천 소비자단체 △보험 업계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관계자들이 모이게 된다.
하지만 의료계는 서류 전송 의무가 없고 환자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실손보험 청구가 간소화될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을 통해 비급여 진료비 등이 관리·통제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의료계가 심평원을 중계 기관으로 두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면서 보험개발원과 신용정보원 등도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전산화되지 않은 실손보험 청구는 소비자뿐 아니라 병원과 보험사 모두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는 올해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보이지만 의료계 반대가 큰 만큼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손보험은 약 4000만 명이 가입돼 있지만 소액을 청구할 때도 병원에서 종이 서류를 따로 발급받은 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거나 팩스·e메일·우편 등의 방법을 통해 보험사에 청구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가입자의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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