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랜드의 경영권을 인수한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한앤브라더스 간 대립이 격화하자 펀드 출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출자자들은 이번 분쟁이 법정 공방으로 번질 경우, 이를 기한이익상실(EOD) 상황으로 간주하고 자금 회수에 나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톤브릿지와 한앤브라더스는 오는 10일 출자자 총회를 개최하고 바디프랜드를 인수한 펀드의 운용사 교체 의안을 의결한다. 운용사 교체를 위해선 출자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며, 현재 스톤브릿지와 한앤브라더스 양측은 총회에서 자신들에 유리한 결론이 날 수 있도록 출자자 설득 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 운용사 교체에 대한 논의는 스톤브릿지가 바디프랜드 경영 활동 중 한앤브라더스측 배임·횡령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했다. 과도한 출장비 및 법인카드 지출, 불필요한 용역 계약 등을 문제로 삼았다. 한앤브라더스는 출자자들에 스톤브릿지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이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위해 출자자들은 바디프랜드에 대한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바디프랜드 인수에는 '스톤브릿지미드캡제1호'와 퀀텀제1호·2호·3호 등 총 4개의 펀드가 활용됐는데, 스톤브릿지와 한앤브라더스가 공동으로 운용하고 있는 펀드는 퀀텀2호와 3호다. 이번 출자자 총회는 해당 펀드 출자자인 IBK캐피탈, 하림, OK캐피탈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나아가 스톤브릿지는 한앤브라더스 측에 1호 펀드 운용사에서도 물러나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출자자 총회에서 운용사 교체 의안이 통과될 경우 한앤브라더스는 공동 펀드 운용사 자격을 잃게 되고, 스톤브릿지가 단독 운용사가 된다. 일부 출자자들 사이에서는 제3의 운용사로 교체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운용사 두 곳을 모두 교체할 경우 발생하는 약 2300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 관련 위약벌 조항 등을 의식해 스톤브릿지는 운용사 자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해당 인수금융은 NH농협은행과 한국산업은행이 제공했다.
출자자들은 이번 스톤브릿지와 한앤브라더스의 대립이 격화하며 진흙탕 싸움이 될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경영진들의 지난한 법적 다툼으로 바디프랜드의 성장 전략에 차질이 생기고 나아가 출자금 회수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출자자들은 이번 대립이 소송전으로 번지게 되면, 이를 EOD 상황으로 보고 즉각 자금 회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스톤브릿지와 한앤브라더스는 새로운 출자자를 다시 확보하거나 바디프랜드를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이에 스톤브릿지 측에서는 출자자들의 움직임과 한앤브라더스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024110)의 자회사인 IBK캐피탈의 속은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IBK캐피탈이 이번 건으로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경우 금융당국 차원의 제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해당 펀드 출자 결정을 내린 과정을 금융당국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데, IBK캐피탈의 경우 한앤브라더스 측이 유치한 출자자로 분류된다.
아직 출자자들은 운용사 교체 의안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정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분의 출자자가 한앤브라더스 측의 권유로 투자에 참여한 데다 스톤브릿지 역시 바디프랜드의 성장을 이끌 역량을 가진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보기는 힘든 측면이 있어서다. 이번 바디프랜드 경영권 인수는 스톤브릿지가 그동안 수행했던 거래 중 가장 큰 규모이고, 내세울만한 전문경영인 집단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또 바디프랜드는 그동안 내부통제 부실과 오너리스크 등으로 인해 상장 작업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투자자 간 소송전이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출자자들은 스톤브릿지가 무리하게 단독 운용사 욕심을 부린다는 측과 한앤브라더스의 잘못이 크다는 측으로 갈라져 있다" 면서 "향후 실사 결과에 따라 출자자들이 명확한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yupro@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