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악재로 수익률 방어에 실패하며 80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하면서 기금 규모는 900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 주식에서만 수익률이 -23%에 달하며 37조 원이 증발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2일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운용 수익률은 -8.22%를 기록했다. 기금 운용 자산은 890조 4660억 원으로 손실액은 79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금 운용 자산은 900조 원대가 무너지면서 2021년 말(948조 7190억 원)보다 규모가 58조 2530억 원이나 감소했다.
이는 627만 국민연금 수급자(지난해 11월 기준)에게 매달 2조 9000억 원의 연금을 1년 8개월 동안 줄 수 있는 금액이다. 지난해 80조 원에 육박한 손실액 기준으로는 2년 3개월 동안 연금 지급이 가능하다. 이는 2020년 전체 투자 수익금인 72조 1000억 원보다 7조 5000억 원 이상 손실이 더 발행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 투자 부문에서 두 자릿수 손실율을 보면서 수익률이 추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국내 주식 투자 평가액은 125조 3730억 원으로 -22.8%의 수익률을 기록해 37조 원의 손실을 봤다. 지난해 기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전체 운용 자산 중 14.1%에 그치지만 손실은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이다. 해외 주식에서도 -12.34%의 손실을 기록해 평가액은 240조 894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에서도 31조 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채권 투자도 글로벌 금리 상승 속에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었다. 국내 채권은 금리 인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영향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지난해 국내 채권 평가액은 311조 1860억 원으로 17조 원가량 손실을 봤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국내 채권에서만 27조 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0조 원가량 회복한 수준이기는 하다. 해외 채권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플러스 수익률 전환에 성공해 11월까지 해외 채권 수익률은 0.6%로 손실을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말 해외 채권의 평가 가치가 하락하면서 최종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4조 원의 손실을 냈다.
한편 캐나다 연기금인 CPPIB는 지난해 -5%의 수익률을 기록해 국민연금에 비해 선방했지만 노르웨이의 연기금인 GPFG는 -14.1%의 수익률을 보여 국민연금의 운용 성적이 더 좋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