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자 초단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투자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2월 셋째 주(20~24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채권형 ETF 중 가장 많은 자금이 순유입된 종목은 만기 1년 미만 초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쉐어즈 단기재무부채권(SHV) ETF’였다. 총 24억 2330만 달러(약 3조 1803억 원)가 몰려 2020년 3월 이후 최대 순유입을 기록했다. 뒤를 이은 투자 상품도 1~3개월물 미 국채에 투자하는 ‘SPDR 블룸버그 1-3월 티빌 ETF(BIL)’였다.
미국 초단기 국채를 담은 펀드들은 국내에서도 인기다. 만기 1년 미만 미 국채에 집중 투자하는 ‘TIGER 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ETF’의 순자산은 지난달 28일 기준 5007억 원으로 2월 초보다 361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익률은 7.92%로 코스피 수익률(-0.5%)을 압도했다.
미 단기 국채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연준이 지난달에도 긴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과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오가며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좀처럼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가격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4.7%나 올랐다. 시장 전망치를 웃돈 것은 물론 상승 폭 자체도 지난해 12월(4.6%)보다 컸다.
만기 1년 미만의 초단기 국채는 장기 국채와 비교해 채권 평가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금리 급등기에 특히 몸값이 뛴다. 1일 수익률 또한 16년 만에 최고치인 5.14%(6개월물 기준)를 기록해 매력적이다.
연준 인사들이 최근 잇달아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 단기 국채 수요는 쉽사리 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1일 FOMC 정례회의를 겨냥해 “기준금리 인상 폭은 25bp(1bp는 0.01%포인트)와 50bp 양쪽 모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했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기준금리를 5.00∼5.25%로 올리고 내년까지 한참 동안 유지해야 한다”고 밝혀 금리 인상 둔화를 점쳐왔던 시장의 기대를 꺾었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정책 방향을 재조정해 주지 않는 한 미국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당분간 시장 변동성을 더욱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여전히 방어적인 태도가 유효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