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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등 규제 풀어 2.8조 투자 창출…로봇 보도통행 연내 허용

■제3차 규제혁신회의

택배·순찰로봇 1~3년내 실전배치

'복합물류보세창고' 4월부터 신설

반도체 수출 절차 8단계→2단계로

"기업들 활력 살려 저성장 늪 탈출"


# 전기자전거 구매를 고민하던 배달 라이더 A 씨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에 흥미를 느끼고 상담을 받다가 혼란에 빠졌다. 배터리 없는 전기자전거 차체가 배터리 있는 자전거 완제품보다 더 비쌌기 때문이다. 이유는 환경부의 보조금이었다. 배터리 있는 전기자전거는 정가가 400만 원인데 230만 원의 보조금이 나왔다. 하지만 배터리 없이 차체만 구매할 경우 정가 270만 원을 온전히 내야 한다. A 씨는 “차체만 구매하는 게 더 비싸면 누가 구독을 하느냐”고 토로했다.

앞으로는 이런 사례가 사라진다.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값비싼 전기차의 구매 장벽을 낮추면서 2~3시간의 충전 시간을 1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또 전 세계적인 광물난 속에서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배터리 업계에서는 배터리 교환 인프라 활성화를 원했는데 그간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아 활용이 저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규제 개선을 직접 요청할 정도였다. 이에 정부는 2분기까지 배터리 소유권 분리형 전기이륜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메타버스허브센터에서 3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해 바이오헬스·로봇·메타버스 등 3대 신산업 규제 혁신 방안과 기업 투자 및 무역 활성화를 위한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그간 투자의 걸림돌이었던 대못부터 뽑았다. 충북 오창 지역 2차전지 연구개발(R&D)센터 증설과 관련해 농업진흥지역이 문제였는데 정부가 해당 부지의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해 17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가능해졌다. 이런 식으로 총 9건의 규제를 풀어 2조 8000억 원의 투자를 집행함으로써 1만 2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규제 혁신 방안에는 민간 기업의 활력을 살려 저성장 늪을 탈출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도가 반영됐다. 재정 여력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민간 투자와 창의를 최대한 살리려면 결국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전남 광양에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를 설치해 930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낸 것도 그런 사례다. 산단 내 LNG 저장탱크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신규 부두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신규 부두 시설 설치 및 이에 따른 항로 변경 등은 5년 주기로 변경하는 항만기본계획에 반영해야만 한다. 그래서 정부는 항만기본계획을 당초 예정됐던 2025년 대신 지난해 말 변경해 투자 일정을 앞당길 수 있게 했다.



관세청이 다음 달 신설하는 ‘복합물류보세창고’ 제도는 현재 8단계인 화물 반입부터 수출까지의 과정을 2단계로 줄일 수 있도록 돕는다. 수출입 화물을 과세 보류 상태로 보관하는 보세창고는 그동안 보관 물품의 파손 보수, 라벨링 등 간단하고 단순한 물품 관리 작업만 허용됐다. 이에 복합물류보세창고 제도를 신설해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 등 수출 물품의 분할·결합·재포장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첨단 로봇의 손과 발을 묶고 있던 덩어리 규제도 푼다. 먼저 연내 지능형로봇법을 고쳐 실외 이동로봇의 정의와 안전성 기준을 신설하고 로봇의 보행로·도시공원 통행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공원녹지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로봇은 ‘차마’에 해당해 보도 통행에 제한을 받고 30㎏ 이상 동력장치를 탑재한 로봇은 무게 제한 탓에 공원에 출입할 수 없다. 이런 규제로 여태껏 한강공원에 누워 배달 로봇이 가져다주는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일이 불가능했는데 당초 목표보다 이를 2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택배 로봇, 순찰 로봇, 수중 청소 로봇 시대도 앞당겨진다. 향후 1~3년 내 ‘택배 및 소화물 배송 대행 운송 수단’과 경찰 장비, 기름 회수 장치에 로봇이 추가되면 시범 운용을 거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조리 로봇이 주방에서 치킨을 튀겨주거나 커피를 내려주는 음식점도 적절한 위생 등급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관련 규정이 없어 불리한 측면이 있었는데 정부가 이를 해소해주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그래도 아직 걸림돌은 남아 있다. 배달 등 로봇 운송 신사업을 펼치려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현행법은 택배 및 소화물 배송 대행이 가능한 운송 수단을 화물자동차와 이륜차로 한정한다. 지난해 11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운송 수단에 로봇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는 논의를 시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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