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A동과 B동에 이어 올해 안에 C동까지 추가 확장할 계획입니다.”
올해 2월 23일 찾은 중국 하이난성 싼야의 싼야국제면세성(CDF몰). 자오징 마케팅매니저는 하반기에 이곳이 규모를 키워 관광객을 더 끌어모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차이나듀티프리그룹(CDFG·중국중면)이 운영하는 CDF몰은 2014년 오픈한 뒤 지난해 4월 1차 확장으로 면적이 12만 ㎡까지 늘었다.
지난해 10월 하이커우국제면세점이 열리기 전까지 단일 면세점 중 세계 최대 규모였던 싼야 CDF몰은 ‘위드 코로나’ 전환 후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구찌·버버리·불가리 등의 명품 브랜드는 물론 에스티로더·랑콤과 같은 화장품 매장에도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이 늘어섰다. 톈진에서 온 리 모 씨는 “하이난성에 여행도 할 겸 와서 쇼핑도 즐기고 있다”며 “화장품과 가방 등이 저렴해 구매했다”고 말했다.
중국 내 보복소비 영향까지 더해지며 춘제(음력설) 기간(1월 21~27일) 하이난 내 12개 국내 면세점의 총매출은 25억 7200만 위안(약 4883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직전 2019년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 해외여행이 재개됐지만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에서 관광과 쇼핑을 모두 즐길 수 있어 많은 중국인이 몰려들고 있다. 면세 천국 홍콩의 면세 구매 한도가 5000위안인 것과 비교하면 하이난의 면세 구매 한도는 10만 위안으로 20배나 많은 영향도 크다. 당국은 2020년 연 3만 위안이던 내국인 구매 한도를 단숨에 3배가 넘는 10만 위안으로 늘렸다. 하이난을 다녀가면 180일까지 온라인 면세점도 이용할 수 있어 매출이 크게 늘었다. 면세점들은 규모를 계속 확장하며 해외로 나가는 국내 수요를 하이난으로 돌리고 해외 관광객까지 유인하겠다는 각오다. 내수 육성을 통한 쌍순환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 정부에 하이난 면세점은 소비 확대의 전진기지로 자리를 잡았다.
중심에는 국영기업인 CDFG가 있다. 하이난에만 6개의 면세점을 운영 중인 CDFG는 코로나19로 대다수 기업의 경영이 악화됐을 때도 수익이 급증했다. 2019년 하이난 면세점에서 132억 위안을 벌어들였으나 2021년에는 470억 위안까지 뛰었다. 중국 정부의 면세 육성 효과를 등에 업고 CDFG는 2020년 세계 면세 매출 선두에 올랐다. 영국 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CDFG의 2021년 매출은 93억 6900만 유로로 2·3위인 롯데(40억 4600만 유로)와 신라(39억 6600만 유로)를 더한 것보다 많다. 지난해 매출은 약 20% 감소했지만 올해는 다시 반등할 것이 유력하다.
세계 최대 매출이라지만 아직은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있다. 롯데나 신라와 달리 CDFG는 비면세(유세) 매출 규모가 40%에 육박한다. 2021년만 해도 위안화 기준 매출액 669억 위안 중에 면세가 429억 위안, 유세가 240억 위안을 차지한다.
최상위 명품 브랜드도 하이난 면세점에 입점하지 못한 상태다. 자오 매니저는 “본사에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나 디올 같은 브랜드 입점을 위해 꾸준히 협상하고 있다”면서도 “언제 하이난에 매장이 생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매출 규모에서 역전당한 롯데나 신라가 입점 브랜드 등에서 한 수 위라는 평가지만 CDFG를 필두로 중국 면세 업계가 성장하는 것은 경계할 만하다.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CDFG가 뛰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입점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 속에 한국 시장을 공략해올 경우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지적이다. 면세점 내 한국 브랜드의 영향력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을 대표하는 설화수·후 등의 화장품 브랜드는 다른 매장의 절반 이하 규모이거나 간이 점포로 밀려났다. CDFG의 에스티로더 매장에서 나온 한 손님은 “전에는 한국 화장품도 써봤지만 다른 좋은 브랜드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면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면세점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는 중국의 성장이 두려운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도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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