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철강 소비국이자 생산국인 중국에서 경기 회복과 함께 철강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증권가는 철강 업종의 단기 반등 여력은 충분하다면서도 미중 갈등과 같은 대외적인 리스크로 인해 추세적인 상승 흐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200 철강소재 ETF는 올 들어 16.9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8.75%)의 두 배 수준이다. KODEX 철강 ETF(16.78%), TIGER 200 철강소재 ETF(16.93%) 등도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2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0.29% 상승에 그치는 동안에도 KODEX 철강 ETF는 9.69% 올랐다.
철강주 ETF에 자금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서 경기회복과 함께 철강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다. 특히 오는 4일 개막하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계기로 중국이 대규모 부동산 및 내수 부양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수입 기준(CFR) 톤(t) 당 철광석 가격은 이달 2일 126.8달러로, 1월 3일 117.65달러에서 7.7% 올랐다. 톤 당 80.15달러를 기록한 지난해 11월 1일과 비교했을 때는 무려 58.20% 치솟았다.
실제로 최근 중국은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에 힘입어 경제 지표들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중국의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6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0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월 신규 주택 가격은 지난해 12월과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0.1% 올랐다. 이는 1년 만에 첫 상승이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관련 각종 지표가 회복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철강업종 밸류에이션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철강 가격이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자국 내에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리쇼어링(해외공장 자국 복귀) 정책을 펼치면서 철강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전날 미국 열연강판 가격은 연초 대비 70% 넘게 급등한 1240달러에 마감했다.
증권가는 단기 상승 동력을 확보한 철강 업종을 주목할 만하다고 꼽으면서도 이 같은 흐름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의 견제 등 대외 환경에 따라 중국 정책 효과가 약화할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금리·중물가 국면에서 부동산 경기 회복 등이 철강 수요 선순환으로 이어질지 조금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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