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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 장관 "양곡법 중재안도 '의무매입 조항'…협상대상 아냐"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인터뷰

"質 떨어지고 산출량만 많아져

콩·밀 심던 농가도 벼농사로 전환

작물 전환·식량안보 물거품될 것"

"연간 1조 4000억 구매 재원으로

스마트팜 구축·청년농 확대 필요"

"가격인상 자제 기업엔 세제 등 지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3일 서울 잠사회관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도 본질은 차이가 없습니다. ‘의무 매입’ 조항이 있는 한 정부는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에 김 의장이 정부의 쌀 의무 매수 조건을 완화한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정황근(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단호했다. 3일 서울 잠사회관에서 만난 정 장관은 “의무 매수는 ‘정부가 벼농사를 장려한다. 남으면 정부가 다 사들인다’는 의미인데 이는 수십 년간 정부가 공들였던 작물 다각화 시도를 무산시킬 뿐 아니라 식량안보마저 무너뜨릴 것”이라며 “농민 입장에서는 쌀의 질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는 만큼 법이 통과되면 국민들은 맛은 없고 산출량만 많은 ‘통일미’ 같은 쌀을 다시 맛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호 법안으로 꼽히는 양곡법 개정안은 쌀의 초과생산량이 수요의 3%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내용을 담았다.

김 의장은 중재 과정에서 쌀 초과생산량을 3%에서 3~5%로, 가격을 5%에서 5~8%로 조정했지만 정 장관은 “의무 매입 조항이 있는 한 무의미하다”고 못 박았다. 정 장관은 “만약 이 법(양곡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지금 논 82만 ㏊ 가운데 콩·밀 등 다른 작물을 심던 9만 ㏊조차 다 벼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이 같은 예측을 내놓는 배경에는 벼농사가 다른 농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쉬운 현재의 농업 구조가 있다. 벼농사의 기계화율은 99%로 ‘정장 입고도 농사지을 수 있다’는 말조차 나온다. 반면 논콩의 기계화율은 92.5%다. 아직까지는 논에 콩을 심으려면 물을 차단하고 도랑도 깊이 파놓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농업 종사자의 평균연령이 70세에 육박하는 만큼 이들을 타 작물로 유인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작물 전환에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식량안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4.4%에 불과하다. 쌀의 자급률은 100%에 육박하지만 밀의 자급률은 고작 1.1%다. 그 사이 라면·짜장면·국수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2㎏으로 쌀 소비량 57㎏의 절반을 넘어섰다. 기술 개발을 통해 논에서 콩과 밀을 심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 장관은 “식량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만큼 논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콩과 밀 등 여타 작물을 심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데 양곡법 개정안은 이 같은 시도를 무력화한다”고 토로했다.



쌀 의무 수매에 필요한 연 1조 4000억 원이 농업의 첨단화에 투자해야 하는 재원이라는 점도 문제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농업인 중 40세 미만 청년의 비중은 1.2%다. 지속 불가능한 구조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성형주 기자


정 장관은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네덜란드·벨기에·독일 등 땅이 넓지 않은 서유럽에서 찾았다. 핵심은 ‘대형화’와 ‘스마트팜’ 체계 구축이다. 특히 비닐하우스에서 미래를 봤다. 정 장관은 “우리나라 비닐하우스 규모가 5만 5000㏊인데 이는 세계 온실 시장에서 1등으로, 네덜란드의 1만 ㏊를 뛰어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닐하우스의 온실 제어 시스템을 스마트팜으로 바꿔 호주·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에 수출하고 최근 주목받는 수직농장 기술도 잘 키워 중동에 진출시킬 것”이라며 “이를 통해 청년들이 농촌에 자발적으로 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농촌공간법으로 난개발이 심했던 농촌 지역의 정주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청년들이 찾고 싶은 농촌을 만드는 작업의 일환이다.

정 장관은 지난달 28일 식품 업체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상반기 식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급속도로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손목을 비트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 장관은 “유류비 등이 급등하고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가 예상되는 만큼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대신 이들 기업이 정부에 필요한 사안을 건의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호소한 것”이라며 “일부 기업이 건의한 감자 등 작물의 계약재배 확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세제 지원안을 내놓는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농업에 생명과학기술을 접목하는 그린바이오 육성에도 한창이다. 지난달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CJ 등 그린바이오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과 함께 연구개발(R&D) 지원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정 장관은 “그린바이오·스마트팜과 함께하면 농업의 수출 산업화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대체육 시장에서 콩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를 위한 논콩 보급에 성공하면 부가가치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그린바이오 육성을 위해서도 논콩 보급이 필요한데 벼농사로 회귀하는 양곡법 개정안은 이를 무산시킬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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