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영상 진단 솔루션 업체인 루닛(328130)이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의료 AI의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다 보니 그동안 의료 분야에는 AI 기술을 적용하는데 문턱이 높았다. 하지만 루닛은 글로벌 의료기기 제조사 등과 협업하는 적극적인 영업 전략, 기업과정부간거래(B2G) 시장 공략 등을 앞세워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하는 의료 AI의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AI 영상분석 솔루션 제품 루닛 인사이트 CXR, MMG. DBT 등을 앞세워 전세계 40여 개국 1300개 의료기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2013년 설립된 의료 AI 1세대 기업 루닛은 국내 헬스케어 기업 최초로 기술성평가 AA-AA등급을 획득했다. 기술력만으로 GE헬스케어, 후지필름 등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은 물론 글로벌 액체생검 1위 기업 가던트헬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최근에는 전세계 각국의 인허가에 이어 잇따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진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지역별로는 중동 진출이 눈에 띈다. 루닛은 지난달 9일 UAE 두바이 공공의료원(DAHC)에 유방암 진단을 위한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를 공급했다. 앞서 루닛은 UAE에서 아부다비 병원관리청(SEHA)에 폐암 진단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와 루닛 인사이트 MMG을 공급하며 현지 B2G 시장에 진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사립 병원인 슐레이만 알하빕 병원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루닛이 B2G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이유는 늘어난 공공 의료 수요에 비해 의료 인력, 검진 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한 영역을 AI가 빠르게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닛은 몽골 암센터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시드니가 주도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정부로부터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BSNSW)' 운영권을 단독 수주했다. 전세계 국가 단위 암 검진사업에 AI를 채택한 것은 호주가 처음이다. 2024년까지 3단계 검증을 거친 뒤 호주 다른 주로 확장할 예정이다. 민간에서는 브라질 최대 병원 아인슈타인 이스라엘리타 병원, 태국 범룽랏 병원, 홍콩 최대 영상센터인 HKWI 병원 등에 AI 영상진단 솔루션을 공급했다.
루닛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39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이 110억 원으로 80%에 달했다. GE헬스케어, 필립스, 후지필름, 아그파 헬스케어 등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와 해외 유통 및 판매 계약을 맺은 가운데 이들이 전세계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와 파트너십 성과가 확대되며 향후 매출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루닛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영상의학 분야 의료진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유럽은 물론 이머징 마켓에서도 AI 영상진단을 수가로 인정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며 "각국 규제기관이 의료 AI 정책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인 만큼 임상·의학적 데이터를 확보한 루닛 제품이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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