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처음 보는 타인들이 나의 집에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집안으로 들어선 그들은 광신도 같은 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인류를 구하려면 가족을 죽여야 하고, 가족을 구하려면 인류를 죽여야 한다. 믿기 어려운 상황, 하지만 망상이 현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가운데... 과연 당신이라면 이 난제의 상황 속에서 그들을 설득할 것인가, 설득당할 것인가.
'똑똑똑'(감독 M 나이트 샤말란)은 휴가를 떠나 별장에서 단란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화목한 가족이 불청객의 방문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아빠 에릭(조나단 그로프)과 앤드류(벤 알드리지), 그리고 그 사이에 입양된 아이 웬(크리스틴 쿠이)은 휴식을 위해 조그만 숲속 별장을 찾는다. 메뚜기를 잡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 숲속에서 놀던 웬에게 불청객 레너드(데이브 바티스타)가 찾아온다.
웬에게 친절하게 자기소개를 하지만 그에게는 왠지 모를 섬뜩한 기운이 느껴진다. 본능적으로 레너드를 피하게 된 웬은 그를 피해 별장으로 뛰어간다. 별장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던 두 아빠는 웬의 행동이 호들갑이라고 생각하고 심각하게 여기지 않지만 집을 둘러싼 레너드, 사브리나(닉키 아무카 버드), 아드리아나(애비 퀸), 레드먼드(루퍼트 그린트)의 존재를 인식하고 공포감에 휩싸인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작품들은 언제나 단순하지만 동시에 기발한 상상이 담긴 시나리오로 구성되며 그 위에 인생의 메시지를 흩뿌려 관객들의 탄성을 유발한다. 이번 작품 또한 마찬가지다. "인류를 구할 것인가, 당장 나의 가족을 구할 것인가?" 이는 누구에게도 답변을 내리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상상만 해도 공포스러운 상황에 주인공들을 몰아넣음과 동시에 관객들에게도 극악한 난이도의 딜레마를 느끼게 만든다.
더불어 '해리 포터' 시리즈의 론으로 익숙한 루퍼트 그린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서 드랙스로 알려진 데이브 바티스타 등 인기 캐릭터로 상징화된 배우들이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결의 역할과 미친 듯한 연기력을 발휘하며 영화와 시너지를 낸다. 관객들에게 주어진 100분의 러닝타임이 쉼 없이 긴장 속에 달려갈 수 있도록 간곡하고도 처절한 연기를 보여준다.
'똑똑똑'은 비단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품은 오락적인 요소만을 자극적으로 강조하지 않는다. 주인공들 중 두 아빠는 게이 커플이다. 성소수자 혐오가 만연했던 인생 속에서도 가족에게까지 인정받지 못하던 사랑을 존중하고, 그 사랑을 다시금 누군가에게 전하기 위해 새로운 가족을 만들기까지에 이른 인류애의 상징 같은 인물들이다.
이러한 인물들이 자신들을 혐오해온 사람들이 포함된 인류, 혹은 자신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준 가족을 택할 것인지 결정해야만 하는 잔인한 상황 속에 놓이며 갈등하는 모습은 생에 있어 정의해온 이기심과 이타심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인생에 있어 가장 무거운 답을 내놓아야 하는 주인공들이 도달하는 결말은 허무함보다는 현실 자각에서 오는 씁쓸한 끝 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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