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놓고 하이브(352820)와 쩐의 전쟁에 돌입했다. 주당 15만 원에 최대 35%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총 1조2500억 원의 대규모 실탄을 장전한 것이다. SM엔터 인수전에서 벼랑 끝에 몰려 있던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결단을 내리면서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꿈꿨던 엔터 제국 건설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자금력에서 카카오가 하이브에 앞선다는 평가지만 금융 당국이 SM엔터 주식 매매 거래를 심층 조사하고 있어 최종 승자가 누가될지는 여전히 안갯 속에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와 함께 SM엔터를 주당 15만 원에 최대 35% 공개매수한다고 7일 밝혔다. 두 회사는 이미 SM엔터 지분을 3.28%, 1.63%씩 보유하고 있어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양사 합계 지분율은 39.91%까지 높아진다. 카카오 측은 지난달 28일과 3월 2·3일 등 최소 사흘에 걸쳐 지분을 장내에서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는 공개 매수 방해 등 시세 조종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SM엔터는 지난달 7일 카카오에 지분을 총 9.05% 넘기는 3자 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러면서 카카오엔터를 포함해 3사가 공동으로 마련한 'SM 3.0' 구상을 강조해 왔다. 이 구상에는 SM엔터를 멀티 프로듀싱 체제로 개편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담았다.
그러나 하이브가 이수만 SM엔터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하고 이 전 총괄 측이 법원에 3자 유증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하면서 3사의 전략적 협력 관계는 차질을 빚었다. 이어 하이브가 주당 12만 원에 최대 25% 지분 공개매수에 나섰고, 법원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카카오와 SM엔터의 밀월 관계는 깨질 위기에 처했다.
결국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갈 것으로 예견된 상황이 카카오 측의 대항 매수 작전에 기점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 6일 공개된 공개매수 결과에서 하이브는 0.98% 밖에 지분을 모으지 못하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범수 의장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 총괄에 6일 밤 기습 작전 실행을 위한 방아쇠를 당길 것을 전격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와 SM엔터 등 3사는 거대 글로벌 엔터기업들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서로가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해 전략적 사업 협력을 체결했다" 면서도 "그러나 현재 해당 사업 협력 및 3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으로, 파트너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자금력을 갖춘 카카오가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자 하이브는 비상에 걸렸다. SM엔터 인수로 엔터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하고 장래에는 K팝 왕국을 건설하려 했던 방 의장의 구상이 큰 차질을 빚게 됐다는 평가다. 하이브는 이수만이 보유한 잔여 지분 3.65%를 합쳐도 합계 지분율이 19.43%에 불과한 상황이다. 카카오 측이 만약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하이브의 두 배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하이브가 카카오에 비해 자금력 측면에서 열세인 상황이어서 당장 맞불을 놓을 대응 카드는 마땅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이미 SM엔터 지분 인수에 총 4508억 원을 투입해 현금은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업계에는 하이브가 최근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최대 1조 원에 달하는 자금 유치에 나섰다는 풍문이 돌고 있지만 최근 고금리 등 시장 상황에서 단기에 대규모 M&A 자금을 끌어모으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비해 카카오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4조 원 이상 보유하고 있고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총 1조1500억 원 규모 외부 투자 유치까지 마친 상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SM엔터를 둘러싸고 카카오와 하이브가 자금력을 총동원해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조사와 법적 분쟁, 주총 표대결 등 변수가 산적해 누가 최종 승자가 될 지 현재로선 단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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