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전년 대비 2700달러 급감하면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GNI가 감소한 것은 대부분 환율 등 대외 요인 영향이지만 원화가 다른 통화보다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 것 자체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취약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 2661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2021년(3만 5373달러) 대비 7.7% 감소했다. 1인당 GNI는 2017년 처음으로 3만 달러대로 진입한 후 한동안 정체됐다가 2021년 처음으로 3만 5000달러를 넘었으나 불과 1년 만에 2020년 수준으로 축소됐다. 원화 기준으로는 4220만 3000원으로 전년 대비 4.3% 늘었다.
1인당 GNI는 한 나라 국민의 종합적인 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로 국가 간 비교를 위해 주로 달러로 환산해 활용한다. 1인당 GNI 감소는 국민의 구매력이 떨어진 것으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저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은이 1인당 GNI 감소 폭 2712달러를 세부적으로 뜯어본 결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4207달러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2021년 1144원에서 지난해 1292원으로 12.9% 상승한 영향이다. 경제성장(896달러), 물가 상승(437달러), 국외순수취요소소득(88달러), 인구 감소(74달러) 등 증가 요인을 모두 압도할 정도로 큰 영향이다. 최정태 한은 국민경제부장은 “1인당 GNI가 원화 기준으로 4.3%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원·달러 환율 상승에 달러 기준은 7.7%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감소 폭이 유독 크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2021년 기준으로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가운데 이탈리아를 제치고 7위까지 올랐던 순위도 다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만은 1인당 GNI가 3만 3565달러로 전년 대비 0.7% 하락에 그치면서 우리나라를 20년 만에 추월했다. 대만은 명목 GNI가 4.6% 늘어나면서 우리나라(4.0%)를 앞질렀을 뿐만 아니라 대만 달러 역시 절하 폭이 6.5%로 원화(12.9%)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결과다.
다만 한은은 1인당 GNI 4만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최 부장은 “향후 성장률이 2% 수준이고 물가도 2% 안팎으로 상승하고 환율도 과거 10년 평균인 1145원 수준을 유지한다면 머지않은 시기에 1인당 GNI 4만 달러 달성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는 전기 대비 0.4% 감소해 속보치와 동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에 확정된 일부 지표를 추가 반영한 결과 민간소비(-0.2%포인트)와 정부소비(-0.2%포인트) 등은 하향 수정된 반면 설비투자(0.4%포인트), 수출(1.2%포인트), 수입(0.9%포인트) 등은 상향 수정됐다.
연간 잠정 성장률도 2.6%로 속보치와 같아 2020년(-0.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민간(2.1%포인트)과 정부(0.4%포인트)의 성장 기여도가 각각 전년 대비 1.3%포인트, 0.3%포인트씩 떨어지는 등 성장 동력은 크게 떨어졌다. 명목성장률과 실질성장률 격차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볼 수 있는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대비 1.2% 상승했다. 총저축률은 33.7%로 전년보다 2.6%포인트 하락했고, 국내총투자율은 32.8%로 전년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