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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하이브 '쩐의 전쟁'에 SM 위임장 확보전도 '불꽃' [시그널]

31일 주총 앞 SM엔터측 의결권 대행사 7곳 선임

하이브도 대행사 2곳 선정해 이사회 장악할 결심

양측 소액 주주 표심 얻으려 경쟁적 캠페인 나서

"좋은 곡 하이브에 갈 것" vs "SM 위드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카카오(035720)가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하이브(352820)와 주주 표심 잡기 경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오는 31일 예정된 주총에서 우호세력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만큼 소액주주로부터 의결권 위임장을 받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공개매수에서 사실상 실패한 하이브는 카카오가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라는 초강수를 던지자 비상에 걸렸다. SM엔터에 우호적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역시 카카오와의 전략적 협업을 담은 'SM 3.0 시대'와 관련한 안건 통과를 위해 의결권 위임장을 최대한 받아내야 한다.





양측은 복수의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법인을 선정하고 주주 서한을 보내는 등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SM엔터의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 지분율은 63.55%에 이른다. 소액주주들이 어느 쪽에 표를 주느냐에 따라 SM엔터의 경영진이 결정되는 셈이다.

일각에선 의결권 확보를 위해 하이브와 SM엔터가 각종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SM엔터는 얼라인파트너스 측 감사 선임을 막기 위해 소액주주를 방문해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사인CD를 나눠주기도 했다.

SM엔터는 7곳의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법인을 선정해 주주들과 직접 접촉하고 있다. 최근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주주 서한을 보내 "서면 위임장을 제출할 경우 본사 직원이 직접 찾아뵙고 위임장을 수령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앞서 SM엔터는 '2023년 정기주주총회' 안건 공시를 통해 사내이사에 현 경영진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장철혁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 김지원 SM엔터 마케팅센터장과 최정민 SM엔터 글로벌비즈니스센터장을 후보로 제안한 바 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김태희 법무법인 평산 변호사 △문정빈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민경환 블로코어(Blocore) 파트너 △이승민 피터앤김 파트너 변호사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 등 6인을 제안했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장윤중 카카오엔터 글로벌전략담당 부사장을 추천했다.

SM엔터는 하이브가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면, 방탄소년단·뉴진스·르세라핌·세븐틴 등 하이브 내 소속팀에게 더 좋은 콘텐츠가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SM엔터 소속팀의 팬심을 자극해 표심을 얻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 하이브는 지난 2일 주주제안 캠페인 홈페이지 '에스엠(041510) 위드 하이브(SM with HYBE)'를 열고 SM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비전·전략·분배 정책 등을 발표하면서 의결권 위임을 권유했다. 설명 영상까지 게재하며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의결권 대행 법인도 2곳을 선정해 본격적인 위임 절차에 착수했다. 의결권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도 연다.

하이브는 "SM엔터의 현 경영진이 승인한 △카카오와의 사업협력계약 △'SM 3.0' 재무 목표 등이 주주가치를 침해하고 있다"며 SM엔터가 추천한 이사회 후보군에 대해서도 부적격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하이브는 사내이사 후보로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와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을 제안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 △홍순만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임대웅 유엔환경계획(UNEF) 금융이니셔티브 한국 대표 등을 추천했다. 이밖에 변호사 출신인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 파트너를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공인회계사 최규담 전 NC소프트 상무를 비상근 감사 후보로 지목했다.

현재까지는 하이브가 SM엔터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유리한 입지를 점한 상황이다. 하이브는 지난달 이수만 SM엔터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하면서 그가 보유한 나머지 지분 3.66%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전량 행사할 수 있게 계약했다. 이후 공개매수로 0.98%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사실상 지분 19.4%를 확보했다.

카카오는 오는 26일까지 SM 지분 35%를 주당 15만원, 총 1조2500억원에 공개 매수할 예정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분 절반 씩을 나눠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이미 SM엔터 지분 4.9%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하이브를 제치고 SM엔터 지분 약 40%를 거머쥔 최대주주에 등극하게 된다.

이를 위한 실탄은 충분하다. 카카오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천5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 3일 법원이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손을 들어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SM엔터 지분 9.05%의 취득에는 실패했지만 막대한 자금으로 공개매수에 성공하겠다는 복안이다.

결국 주주들이 카카오의 공개매수와 SM엔터, 하이브의 의결권 위임장 확보를 두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SM엔터의 새 주인이 갈릴 전망이다. 주주들은 주총 개시 전까지 대리인에게 직접 혹은 우편으로 의결권을 위임하거나 한국전자위임을 통해 전자위임장을 접수할 수 있다. 주총은 오는 31일 낮 12시 서울 아크로서울 포레스트 D타워 2층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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