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8일 불법 공매도를 한 외국계 금융회사 2곳에 대해 수십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심의한다. 금융 당국이 과징금을 이날 확정할 경우 이는 그간 수천만 원대 과태료에 머물던 공매도 제재 수위를 대폭 끌어올린 첫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이날 오후 정례회의를 열고 외국계 증권사와 운용사 등 2개 회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안을 심의한다. 제재가 확정되면 그 대상 명단도 공개된다. 금융위는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과 총 138건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을 조사해 첫 과징금 제재 건 조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매도 제도는 그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익 전략으로 이용되면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른바 ‘외국인 놀이터’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불법 공매도로 과태료·주의 조치를 받은 127명 중 93.7%인 119명이 외국인이었다.
정부는 2021년 4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되기 전까지는 불법 공매도에 과태료만 부과했다. 건당 과태료 6000만 원을 기준으로 가중·감경 조치만 내렸다. 이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결국 2021년 4월 관련 법을 개정해 시행했다. 이후에는 불법 공매도를 적발할 경우 주문 금액의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크레디트스위스(CS), 인베스코, 뮌헨에르고자산운용 홍콩지점, 벨레브자산운용, 링고어자산운용 등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증권사 실명 5곳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불법 공매도 제재 수위를 지나치게 높이는 데 대해서는 당국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도 높은 규제가 자칫 해외 투자자금 이탈의 결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최근 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개선안에도 ‘공매도 전면 재개’가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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