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국내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이 28조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직접 금융이 위축돼 대출 수요는 지속됐으나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증가 폭이 축소됐다. 부동산 시장 부진에 부동산 대출도 2019년 1분기 이후 최소 폭으로 늘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797조 7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28조 원 증가했다. 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1분기 63조 9000억 원, 2분기 68조 4000억 원에서 3분기 56조 6000억 원 등으로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다만 연간으로는 217조 원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기업 대출 증가 폭이 줄어든 것은 대출 받기가 어려워진 영향이 크다. 한은은 “금융기관의 대출 건전성 관리 강화,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대출금 일시 상환 등 계절적 요인으로 증가 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대출은 4조 6000억 원 늘면서 전 분기(10조 6000억 원) 대비 증가 폭이 축소됐다. 설비투자 증가 영향으로 시설자금 증가 폭이 커졌으나 연말 일시상환 등으로 운전자금 대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서비스업 역시 금융·보험업 등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38조 8000억 원에서 15조 9000억 원으로 축소됐다. 금융·보험업은 자금시장 불안으로 대출이 2조 원 줄었는데 이는 2019년 2분기 이후 첫 감소다. 부동산업도 업황 부진과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5조 8000억 원 늘어나면서 증가 폭이 줄었다. 2019년 1분기(3조 5000억 원) 이후 최소 폭이다.
예금은행 대출금 가운데 법인기업 대출은 25조 2000억 원 늘어나면서 증가세가 이어졌다. 법인 가운데 금융·보험업이 8조 3000억 원, 전기가스업이 2조 9000억 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자영업자로 볼 수 있는 비법인기업은 7000억 원 증가에 그쳤는데 부동산업을 중심으로 줄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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