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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된 키트…진단기업들 적자의 늪

■4분기 실적 분석…주총 앞두고 주주 달래기 '비상'

에스디바이오, 팬데믹 후 첫 적자

재고처리 탓 영업손실만 43억

"신사업 확장 등 엔데믹 전략 부재

주주 반발·시장 외면 등 불가피"

래피젠 근로자들이 경기도 수원시 공장에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수원=오승현 기자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주요 진단기업들이 앤데믹 전환에 따른 영업손실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재고를 지난해 4분기 손실로 반영하면서 적자 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달래기'에 비상이 걸렸다.

8일 서울경제가 주요 진단기업의 2022년 4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 상위 10개 기업의 매출 총액은 58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1조 1664억 원에서 반토막이 났다. 10개 기업의 영업이익 총액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업계 전반이 적자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진단기업 관계자는 "대부분의 코로나 진단키트 제조사들은 쌓아놓은 제품의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불용 재고 처리 전 단계로 평가손실 충당금을 채우느라 적자폭이 커졌다"고 밝혔다.

국내 1위 진단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지난 4분기 영업손실 4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도 1935억 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64.9%, 전년 동기 대비 56.4% 급감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환평가 손실과 인수합병(M&A) 자문비로 인한 일시적 감소"라고 설명했다.

씨젠(096530)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227억 원, 영업이익 155억 원으로 직전 분기의 적자에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0.1%, 92.3% 쪼그라들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 생산량을 늘렸던 엑세스바이오(950130), 휴마시스(205470), 수젠텍(253840), 클리노믹스(352770), 피씨엘(241820), 미코바이오메드(214610) 등은 영업손실 폭키 커졌다. 지난해 1분기 한때 8000억 원 매출까지 기록했

던 엑세스바이오는 4분기 매출 501억 원, 영업손실 10억 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사진 설명


휴마시스는 4분기에만 매출 61억 원에 영업손실이 464억 원에 달했다. 수젠텍은 매출 19억 원에 영업손실 262억 원을 기록했다. 클리노맥스는 매출 53억 원, 영업손실 55억 원, 피씨엘은 매출 22억 원에 영업손실 69억 원, 미코바이오메드는 매출 9억 원에 영업 손실 54억 원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와 함께 악재도 겹치면서 엔데믹 전략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지난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 보관·수탁자 관리 업무 미흡에 따른 15일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휴마시스는 차정학 전 대표가 미래아이앤지(007120)에 지분을 매각한 뒤에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주총에서 소액주주와의 표 대결을 통해 회사의 미래가 결정될 전망이다. 셀트리온(068270)과의 공급계약 분쟁도 남아있다. 수젠텍은 이날 12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 진단기업은 코로나 진단사업으로 자금은 확보했으나 M&A 등을 통한 신사업 확장을 결단할 인재가 없고 글로벌 경제 위기가 겹치며 엔데믹 전략 마련이 어려워졌다"며 "실적 연착륙에 실패한 진단기업은 당분간 주주와 시장으로부터의 외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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