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배터리 패권 가르는 '錢의 전쟁'…美에 수십조 쏟지만 부메랑 우려도 [biz-플러스]

전동화 늦은 美, 韓기업과 동맹 요구

국내 3사, 4년간 북미에 60조 투자

전기차 성장에 배터리 공급망 넓혀

완성차 업계, 값싼 中 LFP에 주목

'프리미엄 시장 선도' K배터리엔 위기

중국 CATL 전시장 부스




미국이 40년 만에 다시 칼을 뺐다. 중국을 겨냥했지만 이면에는 반도체·배터리·전기자동차를 축으로 한 기술 강국 미국의 부활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반도체와 배터리·전기차 생산 공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5~10년 뒤 설계부터 생산·제조의 전 분야를 장악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기술 패권을 잃은 1980년대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면서 “국익과 동맹의 축은 유지하되 민관이 치밀한 전략을 짜야 테크 빅뱅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지에 경쟁적으로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과 관련해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익 앞에 영원한 동맹 없다…美13개 공장, 부메랑 될 수도




실제로 미국 등지로의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 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SK온·삼성SDI(006400) 등 K배터리 3사가 북미 지역에서 가동하거나 건설 중인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 공장은 13개(단독 공장 포함)다. 2026년 K배터리 3사는 미국에서 연간 443.5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를 생산한다. 중국·일본 배터리사의 합작 공장까지 더하면 미국 생산량은 567.5GWh(전기차 1135만 대)로 국내 생산량(32GWh)의 18배다. 문제는 이 같은 쏠림이 미국과 맺은 배터리 동맹의 결과지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처럼 언제든지 ‘자국우선주의’의 발톱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반도체지원법을 보면서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전했다.

이익 앞에 동맹이 깨질 조짐도 감지된다. 포드와 CATL의 미국 공장 설립이 단적인 예다.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미국의 K배터리 견제라는 시각이 많다”면서 “동맹의 견제와 중국의 부상까지 염두에 두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배터리사의 글로벌 시장(중국 제외) 점유율은 26.5%로 2년 전 대비 14.2%포인트 올랐다. 반면 K배터리사의 합산 점유율은 53.4%로 0.9%포인트 늘었다. 성장률로 보면 중국 배터리사들이 115.4%나 높아지는 동안 K배터리는 1.7%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미국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K배터리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성능을 갖춘 K배터리와 동맹을 맺으며 ‘급한 불’을 끈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처 다변화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고 필요한 배터리 물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완성차 한 곳이 배터리 공급사 한 곳과 배타적 관계를 맺는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다. 미국 시장의 이런 변화는 글로벌 배터리 패권도 ‘동맹’보다는 ‘이익’의 관점에서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13개 공장이 부메랑이 돼 K배터리의 숨통을 조일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있다.

북미 배터리 시장에 수십조원 쏟아부어




미국은 K배터리의 명운을 쥐고 있는 시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미국 완성차 1위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했고 SK온은 지난해 7월 포드와 ‘블루오벌SK’라는 합작법인을 세웠다. GM과 합작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삼성SDI까지 포함하면 K배터리 3사가 현재 북미 지역에 완공 또는 건설할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수는 13곳에 달한다.

배터리 공장 하나를 짓는 데 통상 4조~5조 원가량이 드는 점을 고려하면 K배터리사가 북미 지역에 쏟아부은 돈만 60조 원이 넘는다. 중국, 유럽연합(EU)과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이 뒤처진 전동화 전환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동맹’을 자처하며 K배터리사에 손을 내민 결과다.

시장조사 업체인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2022년 말 75만 대에서 2025년 203만 대, 2030년에는 602만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승용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5%에서 2030년에는 52%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보수적인 전망으로 북미 지역의 내연기관차가 모두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배터리 수요는 1670GWh(기가와트시)에 이른다. 지금까지 완성차 진영이 조인트벤처(JV) 등을 통해 확보한 배터리 물량은 680GWh로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북미에서 추가 발주가 필요한 배터리 수요만 990GWh다.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의 보급형 전기차 확산이 필수다. 완성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값이 싼’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중국이 주도하는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목받는 이유다. LFP 배터리는 코발트·니켈과 같은 고가의 금속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니켈·코발트·망간(NCM)에 비해 저렴하다. 삼원계 NCM과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주축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해온 K배터리에는 불리한 환경이다.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높아 주행거리는 길지만 가격이 비싸다.

“포드·CATL 新 합작방식 확산될 수도”




최근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은 중국산 LFP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LFP 배터리는 값이 싼 반면 단점인 짧은 주행거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LFP의 기술력이 진화하며 완성차 업체들의 선호도가 LFP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생산한 자사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이미 사용하고 있고 폭스바겐·스텔란티스 등 대다수의 완성차 업체들도 LFP 배터리 채택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도 전기차 산업이 크려면 보급형 전기차도 생산해 팔아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LFP 배터리가 미국 시장에 풀리는 게 IRA의 본질과도 맞다”며 “포드·CATL 합작 방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장 하나 짓는데만 수조원…배터리 패권 가르는 '錢의 전쟁'




중국은 ‘쩐의 전쟁’에서도 한국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유럽 증시에서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과감한 승부수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한국 배터리 업계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따른 자금시장 경색의 여파로 울상이다. 예정된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10조~20조 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의 확보 여부에 따라 배터리 전쟁의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 CATL은 올 상반기 안에 스위스에서 최소 50억 달러(약 6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해 유럽 증시에 상장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주요 외신들은 글로벌 자금시장 상황이 개선될 경우 조달 규모가 80억 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궈쉬안과 신왕다는 이미 스위스 증시에 상장했으며 지난해 각각 6억 8500만 달러, 4억 4000만 달러씩을 조달했다. 리튬 배터리 장비 제조사인 저장항커테크놀로지는 올해 스위스 증시에 처음 상장해 1억 72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중국증권감독위원회가 자국 회사의 스위스·영국·독일 상장 등을 권고하면서 중국 배터리 회사들이 해외 상장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이다.

반면 대규모 투자를 위해 실탄이 시급한 K배터리는 입맛만 다시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3사는 올해에만 총 20조 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만 자금시장 경색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지난해 초 국내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12조 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는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에 기대야 하는 처지다. SK온은 지난해 초만 해도 상장 전 유치(프리IPO)로 4조 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말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8000억 원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이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2조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한국투자PE는 SK온에 올해 50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SK온은 해외 투자가를 유치하는 데도 분주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진 측면이 크다”고 전했다.

이는 K배터리의 투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온은 포드와 튀르키예에 세우려던 유럽 합작공장 계획을 철회했다. 코치홀딩스와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워 2025년부터 연간 30~45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상업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자금 확보도 원인 중 하나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의 협력 요청에 기꺼이 응하지 못하기는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매한가지다. 제너럴모터스(GM)와 3공장까지 합작투자를 추진해왔지만 4공장 신설에는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 대신 삼성SDI가 GM과 새로운 북미 공장 건설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지난해 발표했던 1조 7000억 원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 단독 공장 설립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투자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 속에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도 협의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회사들은 그동안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공격적인 외연 확장에 주력했다”면서도 “최근에는 글로벌 자금시장이 얼어붙고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