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국인 대상 도심 공유숙박 허용에 속도를 내려는 것은 관광업 부활, 내수 활성화를 위한 양수겸장의 카드다. 최근 코로나19 유행이 사실상 사그라들면서 내국인 관광이 점차 살아나고 있는데 쇠뿔도 단김에 빼는 심정으로 도심 공유숙박을 허용하려는 것이다. 인프라에 힘을 실어주면 관광업 부활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가계 수입을 늘리는 방편으로 내국인 도심 공유숙박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고물가 등으로 소비 위축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내수 진작에 보탬이 되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차원에서 이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 관가의 한 관계자는 9일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 실증특례 요건을 완화해 제도 개편의 필요성과 그 효과를 확실히 보겠다는 (게 정부 내) 분위기”라며 “코로나19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는 관광업을 필두로 내수 진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6차 관광진흥기본계획에서 국내 여행 수요 촉진을 위해 “도심 공유숙박을 내국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새로운 숙박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실이 이달 초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진행 중인 업체들에 사업 관련 애로 사항을 제출하라고 한 것도 업계 민원을 최대한 반영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라는 설명이다.
개편 방향의 대체적 윤곽은 잡히고 있다. 일단 현재 서울에 한정된 실증특례 진행 지역이 경기와 부산으로 확대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연(年) 180일로 제한된 내국인 대상 사업 일수도 무제한으로 풀릴 가능성이 크다. 2020년 7월부터 내국인 도심 공유숙박 실증특례에 참여하는 숙박 업체 위홈은 최근 대통령실에 이 같은 내용은 물론 △시설 면적 230㎥ 제한 △시설 제공 호스트 수 4000명→1만 명 확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의 여행 트렌드를 고려하면 이 같은 규제 개선이 관광객 유치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37.0%에 그쳤던 국내 여행 경험률(만 15세 이상 국민 중 해당 기간 국내 여행을 한 사람)은 지난해 3분기 52.6%로 크게 늘었다. 최근 해외여행객 폭증에 비해 국내 관광이 주춤하지만 이번 규제 해소로 새 수요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젊은 관광객을 중심으로 호텔 등 전통 숙박 시설보다는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려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숙박 시설을 원하는 수요가 많다”며 “이런 트렌드에 맞춰 공유숙박업 파이를 키우면 관광업 활성화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여행 시 공유숙박 등 민박 시설 이용 증가율(2021년 1분기→2022년 3분기)은 550.6%로 펜션(124.6%), 호텔(206.8%)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숙박을 제공하는 호스트는 700명대에 그치지만 규제가 완화되면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실이 직접 힘을 실어줄 경우 7년째 제자리걸음인 내국인 도심 공유숙박 허용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정부는 2016년 부산과 강원·제주 등 3개 지역에서 공유숙박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이듬해 입법을 통해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존 숙박 업계의 반발과 국회 등 정치권의 소극적 태도로 입법이 무산됐다.
이후 2020년 공유숙박은 한걸음모델(신사업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협의체) 사업으로 선정돼 제도화 논의가 재개됐다. 당시 대한숙박업중앙회 등 기존 숙박 업계와 위홈·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 업계가 만나 공유숙박업 법제화를 위한 협의를 통해 내국인 대상 도심 공유숙박 제도화를 위한 합의문을 도출했다. 합의문에는 △연간 영업 일수 180일로 제한 △안전·위생 교육 이수 △공동주택에서 공유숙박 제공 시 주민 동의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제도화를 위한 추가 논의는 코로나19 대유행 진정 후 관광 산업이 정상화되는 시기로 미뤄졌다.
공유숙박 허용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규제 개선 및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 과제로 선정돼 있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공유숙박 제도화를 ‘민간 수요와 투자 효과가 큰 경제 분야 7대 핵심 규제 혁신 과제’로 선정했다. 서 교수는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 영업 일수에 제한을 뒀던 국가들도 최근 여행 트렌드를 반영해 그 제한을 푸는 경우가 많다”며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을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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