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삼성전자(005930)에 대해 “향후 30% 이상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며 약 10개월 만에 투자 의견을 ‘매수’로 올려 잡았다. 경쟁사들보다 풍부한 현금과 설비투자에 힘입어 반도체 점유율을 내년부터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BofA는 9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해 목표 주가 8만 원을 제시했다. 이날 종가(6만 100원)보다 33% 높은 수준이다. BofA가 직전에 제시했던 목표 주가(7만 원)보다도 14.3% 높여 잡은 것이다. BofA는 2024~2025년 예상 평균 주당순자산가치(BPS)에 주가순자산비율(PBR) 1.4배를 곱해 목표 주가를 새로 산정했다. 메모리반도체처럼 경기 사이클을 많이 타는 업종은 장부가치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BofA가 꼽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1000억 달러(132조 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해 위기 대응력이 좋다. 두 번째는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에도 설비투자가 사상 최대치라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설비투자 비용은 53조 1153억 원으로 전년(48조 2000억 원)보다 10.2% 증가했다. 차세대 기술 경쟁력 확보 및 미래 수요 대비를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반도체 생산 거점을 한국과 미국에 지으면서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점도 긍정 요인으로 꼽았다.
BofA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내년부터 실적 반등이 가시화할 것으로 봤다. 내년 2분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대규모 설비투자에 힘입어 경쟁 업체의 점유율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BofA는 “설비투자와 생산량을 감축한 경쟁사들은 판매량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D램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2022년 40% 중반대에서 2025년 50%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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