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로 잘 알려진 트러스톤운용이 LF(093050)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다. 일반 투자 목적이지만 다른 투자 기업에서 발휘한 행동주의로 투자 방향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LF는 9일 트러스트운용이 지분 6.11%(178만 5601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1일 트러스톤 측 지분은 5.04%(147만 5119주)였는데 31만 482주(1.07%)를 늘린 것이다. 트러스톤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이달 8일까지 장내에서 매수(23회)·매도(1회)를 진행했고 총 매입 비용은 53억 1920만 3748원이다. 트러스톤 측 지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LF의 3대 주주까지 뛰어올랐다.
업계에서는 트러스톤이 LF의 성장 및 주가 상승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앞서 태광산업(003240)이나 BYC(001460) 등 주주 행동주의를 펼치고 있는 기업에서도 트러스톤이 일반 투자로 시작해 경영권 참여로 투자 목적을 변경한 바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12월 15일 투자 목적을 변경했다. BYC 역시 2021년 12월 23일 일반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투자 목적을 바꾼 바 있다.
이에 따라 트러스톤이 향후 LF에서도 주주 행동주의를 펼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들은 경영진과 주주 제안을 통해 각종 협의를 이어가다 논의에 진전이 없으면 지분율을 늘려 영향력을 강화하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러스톤이 다양한 펀드를 보유하고 있고, 지분 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키우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했을 수도 있다”며 “주총 시즌이 시작된 만큼 내년 혹은 더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한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LF는 최근 리오프닝의 영향으로 패션 수요가 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 9685억 원으로 전년 대비 9.78% 증가했다. 영업익은 1851억 원으로 16.5% 개선됐고 당기순익은 1773억 원으로 30.2% 늘었다.
한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트러스톤ESG레벨업펀드’의 최근 2년여간 수익률이 18%를 기록해 국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펀드 중 가장 높았다고 지난달 22일 밝힌 바 있다. 이 펀드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6.50%, 2021년 1월 설정 이후 수익률은 18.21%였다.
트러스톤ESG레벨업펀드는 ESG 점수가 낮더라도 지배구조 문제가 개선될 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 일감 몰아주기, 경영권 편법 승계, 인색한 주주 환원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이 주요 대상이다. 기관투자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행동주의 펀드를 개인투자자도 손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공모펀드로 만들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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