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가 자사주 매입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며 상장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펀드의 손을 들어줬다. 주총 기간을 앞두고 최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더 거세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최운성 부장판사)은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 지난 3일 KISCO홀딩스(001940) 주주총회에 자기주식 매입 안건을 의안으로 상정하라고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9일 인용했다. KISCO홀딩스가 올 상반기까지 500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건이었다. 법원은 또 심혜섭 변호사 등 35명이 심 변호사를 분리선출 감사위원·사외이사 후보자로 추천하는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인용했다. KISCO홀딩스는 이에 따라 오는 24일 열리는 주총에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심 변호사가 제안한 안건을 상정하겠다는 안내를 9일 재공시했다.
앞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개인 주주들은 지난달 초 자사주 매입, 주당 2000원 현금 배당, 회사 보유 무학주식 처분 결의 권고 등의 주주제안을 회사에 냈다. KISCO홀딩스는 같은 달 28일 주총 소집 공고를 내면서 이들의 제안을 안건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일반 주주 주주 제안 내용은 주당 내재가치의 30% 수준에 불과한 주가를 200~300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지배주주를 제외한 외국인, 국내 기관투자자, 개인투자자들이 일반 주주 편을 들어 의결권 대결에서 승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법원 결정이 다른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 활동에도 힘이 실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KT&G(033780)를 대상으로 주주 활동을 벌여온 안다자산운용과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도 법원에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FCP는 애초 인삼공사 분리상장, 자기주식 취득을 포함한 11개 안건을 상정해 달라고 가처분을 냈다가 분리상장 건은 취하하고 자기주식 취득 건만 가처분 신청을 유지하고 있다. 안다자산운용은 인삼공사 분리상장 건에 대한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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