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5억 달러 넘게 빠져나가면서 3개월째 채권자금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주요국 환율이 일제히 급등한 가운데 원화 가치가 가장 가파르게 하락하는 등 금융·외환시장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외국인 채권자금은 5억 2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지난해 12월(-27억 3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최대 순유출을 기록한 올해 1월(-52억 9000만 달러)에 이어 3개월째 순유출이다. 한은은 “공공자금의 유출세 둔화, 차익거래유인 확대에 따른 일부 기관의 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순유출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주식자금은 중국 경기 회복 기대 등 영향으로 7억 달러 유입되면서 순유입세를 이어갔다. 다만 유입 규모는 1월(49억 5000만 달러) 대비 큰 폭으로 축소됐다. 주식·채권자금을 합친 증권투자자금은 1억 8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순유입 전환했다. 올해 1~2월 합산으로는 1억 6000만 달러 순유출이다.
미국 고용·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넘은 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종금리 상향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큰 폭 상승했다. 외국인들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은 1월 말 1231.9원에서 8일 1321.4원으로 6.8% 올랐다.
특히 원화는 미 달러화 강세 폭 대비 큰 폭으로 절하됐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3.5% 상승했다. 일본 엔화(-5.3%), 영국 파운드화(-3.9%), 유로화(-3.0%) 등 선진국 통화보다 큰 폭 움직였다. 문제는 미·중 갈등으로 약세를 보인 중국 위안화(-2.9%),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남아공 란드화(-6.3%) 등 신흥국보다도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났다. 원화보다 약세를 보인 통화는 러시아 루블화(-7.7%)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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