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장비 1위 회사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반도체 공장으로의 장비 납품 여부는 온전히 미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해 중국에 강도 높은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10일 무쿤드 스리니바산 AMAT 부사장은 서울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 'IEEE EDTM 2023' 학회 기조 연설 자리에서 기자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스리니바산 부사장은 AMAT 반도체 제품 그룹 내에서 식각 장비 사업에 관여하는 사내 고위 임원이다. 그는 미 정부의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규제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장 내 AMAT 제품 수급 차질을 묻는 질문에 "온전히 (미국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답했다. 또한 "중국에 장비를 납품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데 미국이 승인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장비를 선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10월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생산에 필요한 미국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입을 제한했다. 첨단 D램, 낸드플래시의 40%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적용을 1년 유예했다. 만약 7개월 뒤인 올 10월 유예를 갱신하지 못하면 미국의 대중 규제 불똥으로 AMAT, 램리서치 등 유력 미국 장비사들의 제품을 중국 공장에 들이지 못하게 된다. 최신 메모리 반도체 공정 전환에 큰 차질을 빚게 돼 경쟁력에 큰 문제가 생기는 셈이다.
스리니바산 부사장은 미 정부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대응하는 회사 전략에 대해 "우리는 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미 정부 규제를 최우선으로 따른다"면서도 "미 정부 규제 속에서도 중국 반도체 제조사에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어서 그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IEEE EDTM 2023 학회에서는 삼성전자 차세대공정개발실의 이종명 부사장도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그는 3D D램, 초고층 낸드플래시 구현을 위한 다양한 차세대 공정을 소개했다. 이 부사장은 "회사에서 2030년까지 1000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는 로드맵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두 연사가 발표에 참여한 글로벌 반도체 학술대회 IEEE EDTM은 SK하이닉스 주관으로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 간 열렸다.
이번 학회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양대 반도체 회사 외에도 AMAT, 일본 라피더스, 네덜란드 ASML 등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들이 연사로 참가했다. 세계 곳곳에 있는 젊은 공학인들의 논문도 공개됐다.
대회장을 맡은 송창록 SK하이닉스 부사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인 반도체·K팝을 접목하기 위해 걸그룹 '오마이걸'을 초대했는데, 많은 글로벌 참가자들이 지식과 즐거움을 동시에 가져갔다"며 "오마이걸의 '찐팬'인 어머니를 모시면서까지 이번 행사에 참가한 젊은 미국인 논문 발표자를 보며 새삼 K팝과 K반도체의 저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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