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이 이례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지급 보증을 서며 채권 시장에서 고립돼 있던 통영에코파워에 대규모 현금 조달의 길을 터준다. 통영에코파워는 지난해 총 2490억 원을 조달하려 세차례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모두 미매각이 발생하며 참패한 바 있다. 통영에코파워는 경남 통영에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발전소를 건설 중이며 내년 7월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통영에코파워는 최근 3년 만기로 총 780억 원을 조달하는 내용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발행 금리는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고 대표 주관사인 하나증권과 협의를 통해 연 4.95%로 확정했다. 통영에코파워의 최대주주인 HDC(012630)가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 등을 보증한 데 더해 하나증권도 연대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높은 증권사나 은행 등이 발행사의 원리금 지급을 보증할 경우 보증 사채로 분류돼 수요예측을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채 청약일은 오는 17일이다.
통영에코파워의 회사채 발행은 설립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LNG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자금을 마련하려 지난해 7월 최대 주주인 HDC를 지급 보증인으로 1200억 원을 조달하려 했으나 단 한 곳의 기관투자자도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 2대 주주인 한화에너지를 지급 보증인으로 세워 78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매수 주문이 10억원에 그치기도 했다. 한화에너지가 지난해 10월 한번 더 보증인으로 나서 51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때도 전량 미매각이 났다.
HDC가 자회사의 대형 사고로 재무안정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레고랜드발(發) 채권 시장의 신용경색 사태까지 겹친 때문이다.
IB업계는 이번 발행에서는 미매각 발생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034950)와 NICE신용평가는 통영에코파워 회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제시했다. 연대보증을 제공한 하나증권의 신용도와 동일하게 본 것이다. ‘A’급 비우량채였던 통영에코파워 회사채가 다섯달만에 ‘AA’ 우량채로 변모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주관사인 증권사가 지급보증인으로 참여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신용 등급에 비해 공모 규모도 1000억 원 이하여서 물량을 채우는 데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증권은 HDC에서 구상금 채권 담보도 받아내 채권 안전성을 이중으로 강화했다. HDC 보유 담보물은 서울-춘천고속도로 사업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수익증권이다. 하나증권이 실제로 통영에코파워 대신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 해당 수익증권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
2013년 설립된 통영에코파워는 HDC와 한화에너지, 한화 건설부문이 각각 60.5%, 26.5%, 1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현재 통영 안정국가산업단지 내에 1012MW 규모 가스발전소 1기와 20만 ㎘급 LNG 탱크를 건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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