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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환수된 '독서당계회도' 보물된다

1531년께 그려진 약 500년 된 그림

'계회도' 그림의 전형이 시작된 작품

1531년 무렵 제작된 것으로 전하는 '독서당계회도'가 13일 보물로 지정예고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




100년 가까이 일본을 떠돌다 해외 경매를 통해 국내 환수된 약 500년 전의 그림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13일 조선 중종대 계회(契會·급제 및 근무 동기의 모임) 그림인 ‘독서당계회도’를 비롯한 문화유산 4건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독서당계회도’는 조선 중종대인 1516년부터 1530년까지 독서당에서 ‘사가독서’를 했던 현직 관료들의 모임을 기념해 그린 작품이다. ‘사가독서’는 젊고 유능한 문신에게 공무 대신 학문에 전념할 수 있는 휴가를 준 일종의 자기계발 연수 같은 인재양성 정책이다. 세종 때 처음 사가독서를 시행했을 때는 자택에서 독서하도록 했지만 성종 때 마포에 ‘남호독서당’, 중종 때 두모포에 ‘동호독서당’ 등이 마련됐다. 그림 아래에 적힌 앉은 자리 목록(座目·좌목)의 인물과 관직을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에서 확인한 결과 작품 속 계회는 1531년(중종 26) 경에 열린 것으로 추정됐다. 자연스럽게 그림도 1531년께 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독서당계회도’는 교토국립미술관 초대관장을 역임한 동양학자 칸다 기이치로(1897~1984)가 소장해 온 것으로 학계에서도 이미 유명했다. 기이치로의 사망 이후 유족으로부터 입수한 제3의 소장자가 지난해 3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작품을 출품했다.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69만3000달러(당시 환율 약 8억4000만원)에 낙찰받아 국내로 환수했다. 지난해 7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을 통해 실물이 공개되기도 했다.



조선 중종 때인 1531년 무렵 제작됐고, 100년여 동안 일본인 소장자 손에 있다가 지난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의해 국내 환수된 '독서당계회도'가 13일 보물로 지정예고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족자 형태의 ‘독서당계회도’는 맨 위에 전서체로 제목이 적혔고, 가운데는 두모포 일대의 자연 풍광과 독서당, 사가독서했던 선비들의 한강 뱃놀이 장면이 묘사돼 있다. 조선 전기 화가 안견의 화풍을 따른 ‘안견파(安堅派)’ 화풍이 먹을 위주로 한 산수 표현에서 드러난다. 두모포는 지금의 서울시 옥수동 한강변 일대로, 동호대교 북단 근처의 500년 전 모습을 추정할 수 있다. 독서당은 임진왜란 때 소실됐지만 지명으로 흔적을 남겼다. 멀리 보이는 산을 남동석 원료의 석청 안료를 사용해 짙은 청색으로 표현한 점도 조선 전기 회화의 귀중한 사례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관계자는 “이 작품은 기존 보물로 지정된 계회도 13점과 비교하면 두 번째로 오래된 작품이지만, 후대 제작된 계회도의 전형적인 형식인 상단 표제·중단 그림·하단 좌목 형태를 보여주는 것으로는 제작시기가 가장 앞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면서 “상상 속의 이상적 풍경을 그린 그림이자 조선 초기에 성행한 관념산수화와는 다르게 실제 한강 주변의 풍경을 그린 실경산수화의 초기 양식을 유추하게 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미술사적 가치가 높다”고 보물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 남아있는 조선시대 계회도는 약 180여 점인데, 그 중 15~16세기 작품은 50여 점에 불과하다.

이 외에도 고려 후기 보살상인 ‘안성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 학술적 희소성이 높은 불경 ‘수능엄경의해 권9~15’, 이항복(1556~1618)이 손자 교육을 위해 직접 써 준 ‘이항복 해서 천자문’ 등이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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