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폐배터리에서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추출하는 재활용 산업이 주목 받고 있다. 업계는 전기차용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2025년께 관련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광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광물 생산국으로 도약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355개 수준인 국내 폐배터리는 2025년 8300여 개로 증가하고 2029년이면 8만 개 수준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2030년 414만 개, 2040년 4636만 개가 배출된다는 예상도 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올해 7000억 원에서 △2025년 3조 원 △2030년 12조 원 △2050년 600조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폐배터리 처리 방식은 크게 재활용과 재사용으로 나뉜다. 재활용은 폐배터리를 분해한 후 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새 배터리를 제작할 때 필요한 리튬·니켈·코발트 등을 추출하기 때문에 폐배터리 재활용은 ‘도시 광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재사용은 초기 용량의 80% 수준으로 감소한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우리나라의 광물 해외 의존 문제를 해소시켜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제작에 필수인 광물이 단 1g 그램도 나오지 않는다.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성숙할 경우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뛰어난 배터리 제조 기술에도 불구하고 핵심 광물을 중국·호주·중남미 등 해외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취약한 공급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주력하고 있는 삼원계 배터리는 제조원가가 높아 재활용 시 경제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은 환경보호와 산업 측면에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며 “필요한 정책과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도 “한국은 광물자원도 없어 배터리 생태계 구축에 뒤처져 있다”며 “폐배터리 재활용을 비롯해 전반적인 산업을 완성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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