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며 회사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북미 1위 개인간거래(C2C) 플랫폼인 ‘포시마크’를 1조 6700억 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영토를 넓혔고,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부문도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서비스 지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2026년까지 매출 15조 원, 글로벌 사용자 10억 명’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 대표가 이끈 지난해 네이버의 연결 기준 매출은 8조2201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0.6% 증가했다.
특히 최 대표는 지난 1년 간 네이버의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C2C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1월 북미 1위 C2C 플랫폼인 포시마크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네이버가 포시마크의 가용 현금에 대한 대가를 포함해 주식을 취득한 금액은 13억 1000만 달러로, 이는 네이버 창립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전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 전초기지를 확보했다.
아울러 네이버는 유럽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에 추가 투자를 집행해 총 30.5% 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 종전 최대주주인 왈라팝 창업자·경영진을 넘어 단일 투자자 기준으로 최대 주주에 오른다. 왈라팝은 스페인 중고거래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크림과 일본 빈티지시티, 유럽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등 이미 확보한 전 세계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포시마크와 왈라팝 인수·지분 투자를 통해 네이버의 ‘글로벌 3.0 전략’이 본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공략한 C2C 시장은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받는다. 또 아마존과 구글 등 글로벌 IT 공룡이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고 들 빈틈이 많다.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포시마크 인수는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면서 "경쟁이 과열된 오픈마켓 모델보다는 2025년까지 연평균 2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니치마켓을 통한 북미 진출이 승산이 더 높다"고 말했다.
콘텐츠 사업도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해 연간 기준 콘텐츠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91.3% 성장한 1조 2615억 원으로 집계됐다. 콘텐츠 부문의 중심인 네이버웹툰은 미국 증시 상장을 공식화했다. 북미 웹툰 시장에도 인기 웹소설을 웹툰으로 제작하는 지식재산권(IP) 확장 방식을 본격 도입한다. 올해 북미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와 ‘욘더’를 비롯해 에이톤 북스·문퀼 같은 현지 웹소설 출판사와 손잡고 최소 6편의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들 예정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광고 및 온라인 쇼핑시장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네이버는 버티컬 서비스를 주력으로 글로벌 C2C 플랫폼에 대한 공격적인 확장을 꾀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IP 사업 전개 및 콘텐츠 자체 제작 역량 강화를 통해 차별적인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 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중동 시장 진출도 노린다. 네이버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에 나섰다. 11월과 지난 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관계자들이 네이버 제2사옥인 ‘1784’를 방문하기도 했다.
최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있다. 챗GPT 신드롬으로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전쟁에서 미국 빅테크에 주도권을 내준 네이버는 오는 7월 선보일 초거대AI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챗GPT 대비 한국어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해 한국어 AI 고도화용 데이터가 부족한 해외 빅테크의 빈틈을 파고든다는 전략이지만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 상용화할 수 있을 지 의문부호가 달린다. 네이버의 음성기록 AI ‘클로바노트’가 일본에 상륙한 만큼 탄탄한 지역 기반을 활용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 가치 회복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하면서 성장주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네이버의 주가도 1년 간 38.7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0.06%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하락폭이 크다. 지난해 네이버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6% 감소한 만큼 수익성을 높이는 것도 최 대표에게 주어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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