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은행(Fed·연준)의 발빠른 대처에도 나스닥종합지수를 제외한 주요 뉴욕증시가 하락했다. SVB에 이어 시그니처뱅크가 문을 닫는 등 추가적인 은행 실패로 금융 시장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여기에 연준의 긴축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겹치며 하루 종일 주가는 등락을 반복했다.
13일(현지 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90.5포인트(-0.28%) 내린 3만819.1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은 5.83포인트(-0.15%) 내린 3855.76에 장을 마감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49.96포인트(+0.45%) 오른 1만1188.84를 기록해 3대 지수 중 유일하게 상승 마감했다.
전날 미 재무부와 연준은 SVB은행의 예금 전액을 보장하고, 추가 은행 실패에 대비해 별도의 자금 지원 시설을 개설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이날 우려했던 중소 은행의 뱅크런이나 로쿠와 로블록스 등 관련 스타트업 등의 주가 폭락은 면했다. 그래도 은행주에 대한 우려는 이어졌다. 웰스파고가 7.1% 하락한 것을 비롯해 시티그룹 7.5%, 뱅크오브아메리카 -5.8%, JP모건 -1.8% 등이 하락했다. 연준과 JP모건으로부터 700억 달러를 긴급 수혈받은 퍼스트리퍼블릭은 -61.83% 급락했으며, 팩웨스트뱅코프는 20% 내렸다.
국채 수익률은 경제 불안에 안전 자산 선호에 수요가 몰리며 급락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변동에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 하루에만 52bp(1bp=0.01%포인트) 하락하며 4.07%에 거래됐다.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최근 3일간 100 bp 하락해 1987년 10월 22일 이후 3일 기준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3일간 2년물 금리 하락폭은 63bp 였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1bp 하락해 3.583%를 기록했다.
이제 3월 FOMC의 기준금리 인상폭 관련 논쟁은 ‘동결이냐, 아니냐’로 바뀌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더 이상 연준이 다음주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3월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반면 ‘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 캐피탈의 제프리 건들락 대표(CEO)는 “3월 FOMC에서 연준은 25bp를 인상할 것이고, 이는 아마도 마지막 인상이 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의 싸움은 일시적으로 중단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업체를 주 고객으로 하는 시그니처 은행이 폐쇄됐음에도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15% 오른 2만4374달러로 급등했다. 이더리움도 9.2% 오른 1683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다. 달러 하락과 연준의 긴축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금융 시장 불안이 점화하면서 금융 업체들과 분리된 비트코인의 주목도가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뉴욕유가는 미국의 금융 시장 불안 발 침체 우려에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8달러(2.45%) 하락한 배럴당 74.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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