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를 겪은 포르투갈·스페인이 노동·공공부문 구조개혁에 성공해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경제계 분석이 나왔다. 경제성장 둔화로 위기를 겪는 한국이 이를 적극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은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3국의 2012~2019년 경제·재정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분석에 따르면 같은 재정위기를 겪었지만 스페인·포르투갈과 이탈리아는 서로 다른 경제 성과로 이어졌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적극적인 노동·공공개혁을 시행했고 이탈리아는 정치적 반대 등으로 개혁에 실패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2012년 해고 규제 완화, 근로조건 수정 자율화 등 노동 유연성을 개선하는 노동정책을 내놨다. 반면 이탈리아는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 노동개혁을 했으나 해고 절차 재정비와 비정규직 규제 완화 등에 초점을 맞춘 상대적으로 온건한 수준의 정책을 냈다.
이후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약 10년 뒤 노동유연성 지표와 실업률, 고용률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동경직지수(0점에 가까울수록 낮은 경직도)를 보면 포르투갈은 2011년 4.13으로 1위였지만 정규직 보호법을 완화한 뒤인 2019년에는 3.14로 크게 낮아졌다. OECD 국가 중 가장 큰 폭으로 경직도가 감소했다.
실업률의 경우 스페인은 2012년 24.8%에서 2019년 14.1%, 포르투갈은 16.6%에서 6.7%로 각각 10%포인트 이상 줄였다. 고용률에서도 이 기간 스페인이 55.8%에서 63.3%, 포르투갈이 59.3%에서 69.9%로 개선했다.
반면 개혁 성과가 미진했던 이탈리아는 실업률이 10.9%에서 9.9%로 감소폭이 1%포인트였고 고용률에서도 56.1%에서 59.1%로 소폭 오르는 데 머물렀다.
재정위기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지출에서도 2012년에는 세 나라가 비슷했지만 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7년간 7%포인트 가량 줄인 반면 이탈리아는 2%포인트를 감축하는 데 그쳐 차이를 보였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3국 모두 경제위기 여파로 2014년까지 증가하다 스페인·포르투갈은 꾸준히 줄이는 데 성공했으나 이탈리아는 150%를 웃도는 비율이 지속됐다.
경제성장률 측면에서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2015년부터 코로나 이전인 2019년까지 연평균 2~3% 성장했으나 이탈리아는 0~1%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인플레이션과 무역적자로 경기 불안이 확대되는 가운데 노동개혁과 공공부문 개혁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험은 긴축재정과 구조개혁을 통해 위기 속에서도 경제성장을 이뤄낸 사례인 만큼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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