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이 해외 첫 배터리 공장을 캐나다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 광물 자원이 풍부한 캐나다를 택한 것이다. 중국산 소재 탈피가 시급한 국내 배터리 회사들도 잇따라 캐나다에 둥지를 틀고 있어 니켈 등 핵심 배터리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와 함께 오타와에 배터리셀 공장을 세워 2027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고 13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 공장은 폭스바겐이 해외에 설립하는 최초의 ‘기가 팩토리’로 연간 생산능력은 20GWh(기가와트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정부는 폭스바겐의 이번 투자가 자동차 부문에서 역대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의 캐나다 진출은 전기차 보조금을 겨냥한 행보다. 당초 폭스바겐은 유럽 내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이를 중단하고 북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IRA가 중국산 원료와 배터리 부품을 사용한 제품의 미국 진출을 사실상 막고 있어서다. 특히 핵심 광물은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나라에서 채굴 또는 가공한 것으로 사용해야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캐나다는 IRA와 맞물려 배터리 원자재의 핵심 조달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캐나다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 5위, 정련 코발트 생산 3위의 국가다. 고성능 하이니켈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K배터리 3사도 최근 캐나다에 진출한 만큼 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현재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스텔란티스는 온타리오주에 총 41억 달러(약 5조 3000억 원)를 들여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고 있고 퀘벡주에는 SK온·포드의 양극재 합작공장, 포스코케미칼(003670)·제너럴모터스(GM)의 양극재 합작공장이 각각 들어설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핵심 배터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단기간에 불가능하다”면서 “호주·남미는 물론 캐나다 등지로 조달처를 다변화해야만 중국산 광물을 배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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