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자 선정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아시아 허브 공항 중 한 곳인 인천을 발판 삼아 글로벌 확장에 나서려는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과 안방을 사수하려는 국내 면세업계 빅4(롯데·신세계·신라·현대백화점)가 14일 1라운드에서 격돌했다. 입찰전의 1차 관문인 인천공항 심사에 국내 업체들은 각사 대표가 발표자로 나서 자사 역량을 적극 어필했다. 이에 맞서 CDFG에서는 올 초까지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찰스 첸 이사를 필두로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 기획실장 등 핵심 임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찰스 첸은 1987년 CDFG에 합류해 2016년부터 올 1월 초까지 CEO로 지내며 회사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이날 오후 인천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공항 면세점 일반 사업권(대기업) 입찰 업체 5곳에 대한 입찰 프레젠테이션(PT) 심사를 진행했다. 이날 PT는 사전에 제비 뽑기를 통해 CDFG-현대백화점-롯데면세점-호텔신라-신세계DF 순으로 이뤄졌다. 5개 업체가 경합을 벌이는 사업권은 △향수·화장품·주류·담배 2개(DF1·2) △패션·부티크 2개(DF3·4) △부티크 1개(DF5) 등 총 5개 구역으로 DF1·2와 DF3·4·5에서 1곳씩 최대 2개 사업권을 가져갈 수 있으며 운영 기간은 10년(5+5)이다. 신세계와 신라는 5개 구역에 모두 제안서를 냈고, CDFG는 1~4구역, 롯데는 1·2,5구역, 현대백화점은 5구역에 응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만이 일찌감치 최저 수용 금액이 낮고 매출 비중이 높은 부티크 구역에 승부를 건 가운데 나머지 업체들은 1·2구역을 두고 경합을 벌였다. 두 구역은 면세점 핵심 품목인 담배·주류를 품고 있다. 사실상 ‘차순위’라고 할 수 있는 5구역에도 제안서를 낸 신세계·신라·롯데와 달리 CDFG는 상대적으로 매출 비중이 적은 패션·액세서리 품목이 묶인 3·4구역을 같이 써냈다. 이날 첫 발표에 나선 CDFG는 인천공항 면세점 회복과 매출 성장을 위해 중국 고객 유치 및 다양한 협업 계획 등을 적극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외 공항 면세사업장 진출이 회사 성장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이라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업체들도 인천공항이 추진하는 역점 사업에 자사가 부합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공을 들였다. 1개 사업권에 집중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백화점·아울렛 등 유통 분야에서의 오랜 업력과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신세계면세점도 ‘공항을 복합문화시설로 만들겠다’는 김경욱 인천공항 사장의 구상에 맞춰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면세점 이용객에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일부 업체는 PT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자사의 ‘적합성'을 띄우는 데 열을 올렸다. 롯데면세점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에 기반한 초 개인화 마케팅 개시를, 신라면세점은 싱가포르 창이·홍콩 쳅랍콕 공항의 인터넷 면세점 운영 경험 및 메타버스 접목 계획, 창이공항 듀플렉스(복층) 매장 성공 운영 사례 등 성과를 알렸는데, 이는 인천공항의 스마트 면세 서비스 구축 및 듀플렉스 구역 신설 계획과 관련해 자사 역량을 어필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인천공항은 이날 사업계획에 대한 PT 심사를 반영, 1차(임대료 40%, 사업계획 60%)로 복수 업체를 추려 17일께 관세청에 통보할 계획이다. 관세청의 2차 심사 후 공항공사 평가 점수 50%(가격 40% 제안서 10%)와 관세청 점수 50%를 합산해 고득점 업체를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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