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관 40주년을 맞은 가나아트갤러리가 지난달 15일 미국에 ‘가나아트 LA뷰잉룸’을 열고 해외진출을 선언했다. 이로써 국내 톱3 갤러리인 갤러리 현대, 국제, 가나가 모두 해외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차이점은 현대는 뉴욕, 국제는 파리, 가나는 LA로 각기 다른 지역에 전초기지를 뒀다는 것이다. 왜 이들은 뿔뿔이 흩어졌을까?
◇뉴욕으로 간 갤러리현대
갤러리현대는 개관 50주년을 1년 앞둔 2019년 4월 말, 뉴욕 트라이베카 지역에 100평 규모의 ‘갤러리현대 뉴욕 쇼룸’을 개관했다. 뉴욕을 택한 이유에 대해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뉴욕은 현대미술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경제·문화·패션·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도시”라며 “특히 트라이베카 지역은 갤러리들과 미술인, 다양한 예술 분야의 종사자들이 밀집해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 쇼룸’의 목표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작가를 미국과 유럽권 미술기관에 소개하는 일이다. 한국과 아시아 미술계에서 활동한 이성희 디렉터가 뉴욕 쇼룸을 맡았고, 서구권 아트페어를 총괄하고 있다. 아트바젤로부터 ‘거부’ 당했던 갤러리현대가 15년 만에 오는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바젤에 재입성하게 된 것도 뉴욕 거점의 역할이 컸다. 이성희 디렉터는 “아직 공개는 어렵지만 전속작가들의 주요 미술관 컬렉션이 진행 중이고, 미주·동부 지역 컬렉터들을 많이 확보했다”면서 “갤러리현대는 미주와 유럽 아트페어에는 한국작가만 주로 선보이고 역사적 맥락을 강조해 소개한다”고 말했다.
국제갤러리는 개관 40주년이던 지난해 12월 예술도시 프랑스 파리에서도 문화예술 허브로 꼽히는 방돔 광장에 첫 해외 지사를 열었다. 프리즈와 더불어 세계 양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이 ‘아트바젤 파리+’를 시작할 만큼 런던이 쥐었던 유럽 미술계의 주도권이 파리로 넘어가는 추세다. 파리 유학파 출신 송보영 부사장은 “‘파리+’는 파리 미술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재확인했고, 파리는 명실상부 유럽 내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재도약하고 있다”면서 “한국미술의 가치를 유럽의 컬렉터와 미술관 및 여러 기관에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리 지사에서는 박수연 어소시에이트 디렉터가 현지 고객 유치와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다.
이미 파리(1995)와 뉴욕(2008)에서 지점을 운영한 적 있는 가나아트갤러리는 고심 끝에 LA를 택했다. 미술 수요가 상당해 프리즈가 뉴욕에 이어 지난 2019년 ‘프리즈LA’를 개최했고, 하우저앤워스·페이스·리슨 등 뉴욕의 대형 갤러리도 최근 수년 새 이 곳에 분점을 열었다. 남미계 신흥 부유층, 태평양과 인접한 아시아계 부호들의 왕래가 편한데다 팬데믹 기간에 뉴욕의 많은 작가들이 합리적 비용으로 더 크고 넓은 창고형 건물을 구하기 쉬운 LA로 대거 이동했다. 이정용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여러 갤러리들이 이동해서 자리잡는 시기에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시기를 개관 적기로 판단했다”면서 “갤러리들과의 커뮤니티도 중요하지만 더 큰 의도는 비영리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이고 목표는 한국과 아시아 작가 알리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LA 뷰잉룸을 개관하면서 신생 오렌지카운티미술관(OCMA)에 거액을 기부해 현지 미술관과의 관계형성에 주력할 것임을 드러냈다. 일본 모리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해외 미술관 네트워크를 다진 김선희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이 현지에서 가나아트의 미술관 네트워킹 조력자로 활동하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1년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국제갤러리는 790억, 갤러리현대는 416억, 가나아트갤러리는 216억원의 연매출을 보이며 국내 최정상 화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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