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정부의 계속되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 움직임에 대해 연일 경고하고 있다. 공공요금을 제때 올리지 않고 자꾸 미루면 물가를 잡으려는 통화정책 효과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적자, 환율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한국은행은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공공요금 인상을 계속 억제한다면 경상수지 적자, 환율 상승 등의 경로를 통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한전채 발행 증가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국회에 출석해 같은 취지로 발언했는데 이를 공식 보고서에 명시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국민 부담을 줄인다며 전기·도시가스요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은은 정부 조치로 공공요금 인상의 폭과 시기가 오히려 불확실해졌다며 물가 안정에 방해가 될 것으로 봤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그동안 완만히 하락해왔는데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재상승해 4% 초반으로 올랐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세 둔화 폭이 불확실해진 것도 정부가 공공요금을 누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국민 경제 전체로 볼 때 공공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고물가 장기화로 물가 지속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의 목표 안착이 저하되면 통화정책의 물가 둔화 효과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한은은 금융 당국의 금리 인하 요구에도 우려를 나타내는 등 점차 정부와 각을 세우는 양상이다. 이 총재는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관치금융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너무 길어지면 그런 우려 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 당국이 은행·비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2금융권에 지급 결제 서비스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한은은 결제 리스크가 크고 실익이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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