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소형 공모주와 달리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모액 200억 원 이상의 대형 스팩은 일반 투자자의 외면을 받으며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거나 청약 직전에 상장을 철회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드림스팩1호(442900)가 이날 상장했지만 시초가를 공모가(1만 원)보다 낮은 9370원에 형성한 후 9410원에 장을 마감했다. 미래에셋드림스팩 1호는 지난주 일반 청약 때도 0.4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미달이 발생했다. 앞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연기금과 공제회 등이 대거 투자에 나서며 코스닥 최대 스팩(700억 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다른 대형 스팩들도 주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첫 대형 스팩인 삼성스팩8호(448740)는 2일 상장 이후 공모가(1만 원) 밑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상장한 300억 원 규모의 삼성스팩7호(439250)가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당초 삼성스팩은 2021년 삼성스팩4호(377630)·삼성머스트스팩5호(380320), 지난해 삼성스팩6호(425290) 등이 상장 초반 급등세를 보여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단기 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많아지며 삼성스팩7호 상장 당시 청약증거금만 3조 원 넘게 몰렸지만 삼성스팩7호는 이날 공모가보다 낮은 9860원에 장을 마쳤다.
아울러 400억 원 규모의 하나금융25호스팩(435620)도 지난해 10월 상장된 후 한번도 주가가 공모가(1만 원)를 넘어본 적이 없다. 대형 스팩의 인기가 추락하면서 500억 원 규모로 계획했던 KB스팩24호는 10일 수요예측 부진이 겹쳐 일반 청약일을 나흘 앞두고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스팩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유일한 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 회사다. 최근 중소기업들은 직상장을 선호하고 IPO ‘대어급’은 상장 자체를 연기해 스팩들이 짝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유경하 DB금융투자(016610) 연구원은 “시중금리가 많이 올라 스팩의 (투자) 조건이 상대적으로 악화됐다”며 “스팩 규모가 커질수록 합병 대상을 찾기도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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