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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900조 국민연금 의결권 쥔 2기 수책위 뜬다

◆9인 위원 인선 완료…16일 첫 회의

KT 대표·기업 분할 등 찬반 결정

중점관리 대상 기업 등도 다룰 듯

기존 위원보다 '기업 친화적' 평가





90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실질적 영향을 주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 9명의 구성을 15일 마치면서 그 면면이 드러났다. 이들 대부분은 3년간 국민연금 투자 기업의 사내외 이사 선임, 기업 분할, 분리 상장 등 핵심 이슈 등을 논의해 찬반 의결권 행사를 결정한다. 지난 3년간 1기 임기를 마친 위원이 대부분 교체돼 전반적으로는 기업 친화적 위원들이 늘었다는 평가다. 가입자 단체들이 추천하던 전문가 3인은 정부 산하기관 및 학계 추천 전문가로 바뀌면서 정부 입김이 강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2기 수책위는 구성을 마치고 16일 전체 위원 9인이 참석하는 첫 회의를 개최한다. 이들은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논란이 불거진 KT(030200) 대표이사 선임이나 기업들의 분할 계획 등에 대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한다. 국민연금의 주주 의결권은 기본적으로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이 맡지만 종합적 판단이 요구되는 민감한 사안은 수책위가 맡거나 수책위가 개입을 요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중점 관리 대상 기업 등 투자 기업에 관한 대응 방향도 수책위가 논의한다.

상근 전문위원 3인 중 신왕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겸임 교수와 원종현 전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은 이번에도 재선임됐다. 3인의 상근위원은 수책위뿐 아니라 투자정책전문위와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에도 참여하면서 1명이 3개 전문위의 위원장을 번갈아 맡는다. 이번에 1년간 수책위 위원장을 맡은 신 교수는 6년 동안 비상근 전문위원도 지내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근로자 단체 추천인 원종현 위원은 국민연금연구원에서 오랫동안 기금정책을 연구해왔으며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대표성, 합의 정신을 강조해왔다. 사용자 단체(재계) 추천으로 새롭게 상근위원이 된 한석훈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상사법을 전공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보건복지부의 정당한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비상임위원 6명 중 전문가 3명은 경제·금융 관련 전문가 단체의 추천으로 꾸렸다. 강성진 위원은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으로 선진화재단정책위의장도 맡고 있다. 그는 각종 발표에서 주주뿐만 아니라 소비자·근로자·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모두를 통합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강조했다.

이인형 위원은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을 지냈으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연구를 중점적으로 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ESG 평가 기준의 투명성과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해왔다. 연태훈 위원은 금융연구원에 재직하면서 국민연금의 지배구조가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기금운용위·기금운용본부로 나뉘어 있는 국민연금의 현 체제에 대한 문제성을 꼬집기도 했다.

또 다른 근로자 추천 2기 위원인 이연임 금융투자협회 부부장은 자본시장 관련 조사 업무를 맡은 바 있으며 금투협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기존 위원의 중도 사퇴로 지난해 2월부터 합류한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주대표소송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다. 그는 주주대표소송의 부작용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연금 수익률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가입자 추천으로 2021년부터 참여해온 이상민 법무법인 에셀 대표변호사는 증권·금융 분야 소송을 주로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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