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부부가 20만 쌍을 밑돌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혼인과 출산의 상관관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저출생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만혼(晩婚) 경향이 짙어지면서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높았다.
16일 통계청의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021년보다 0.4%(800건) 줄어든 19만 1700건이었다. 이는 197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비혼·비출산 문화가 확산된 데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찍은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문제는 혼인 건수 감소 속도다. 1996년(43만 5000건)만 하더라도 40만 건대에 달하던 혼인 건수는 1997년(38만 9000건)에 30만 건대로 내려왔고 2016년(28만 2000건)에 20만 건대, 2021년에 10만 건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4월부터 결혼식 인원 제한이 사라지는 등 정부가 코로나19 일상 회복에 나서며 혼인 건수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비혼 추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인 조혼인율은 1년 전보다 0.1건 줄어든 3.7건이었다. 이 또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다.
이는 비혼·비출산이 확산되는 등 혼인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제1차 미래와 인구 전략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8~34세 청년 중 ‘결혼해야 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2016년 56%에서 2021년 39.1%로 쪼그라들었다.
통계청은 혼인 감소가 향후 출생률 저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출생아 중에서 결혼 후 5년 이내 출산이 2022년 기준으로 72.5%였는데 아무래도 혼인이 줄어들면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평균 초혼 연령 역시 남성 33.7세, 여성 31.3세로 1년 전보다 남성은 0.4세, 여성은 0.2세 증가했다. 남녀의 초혼 연령 모두 199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다. 10년 전보다 남자는 1.6세, 여자는 1.9세 올랐다. 특히 서울은 남녀 평균 초혼 연령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평균적으로 서울 남자는 34.2세, 서울 여자는 32.2세에 결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잦아들고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1991~1995년생이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면서 지난해보다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임 과장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월 대비 혼인 건수가 줄었고 하반기에는 증가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미뤘던 혼인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올해 상반기까지는 결혼 건수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이혼 건수는 9만 3200건으로 2021년(10만 1700건) 대비 8.3% 줄었다. 연간 이혼 건수는 2020년부터 3년 연속 감소했는데 10만 건 미만을 기록하기는 1997년 이후 25년 만이다. 경기 불황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이혼을 미루는 경향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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