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아닌가요?”
16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의 ‘퍼시스(016800) 커뮤니티 오피스’. 순간 길을 잘못 든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듯한 책상과 무게감이 느껴지는 의자 같은 사무실 인테리어를 상상했지만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은 분위기 좋은 카페의 모습이었다. 성인 남성 종아리 높이의 낮은 소파 가구들은 베이지색과 밝은 회색이 조화를 이뤄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앉아 보니 반듯한 자세 보다 반쯤 누워 있는 게 더 편하고 어울렸다. 소파 주변 배치된 둥그런 탁자, 쿠션 등이 잘 어우러져 ‘사진 맛집’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 공간은 사무용 가구 전문기업 퍼시스가 이달 6일 오픈해 선보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사무실 모습이다. 2개의 라운지, 4개의 회의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업무와 함께 휴식도 취하는 하이브리드형 오피스를 연출해 단순히 일만 하러 가는 공간이 아니라 ‘일하러 가고 싶은 장소’가 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이곳을 관통하는 핵심 콘셉트는 소통과 연대를 통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공간 배치다. 카페 같은 곳에 어울리는 라운드 테이블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공용 공간에 마련된 책상의 칸막이가 높지 않다. 특히 최근 들어 라운지가 단순 휴게 공간을 넘어 세미나, 회의 등 업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고 여러 공간에 어울릴 수 있는 기능형 소파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공간 중 하나인 회의실의 경우 소통을 강조했다. ‘티키타카’란 이름이 붙은 회의실 전시 공간에 들어서자 사각의 테이블이 아닌 카페 같은 둥근 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완전히 동그란 형태인 만큼 위계질서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퍼시스 관계자는 “재택 근무가 끝난 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사무실 구성을 고민하는 기업 관계자들이 많이 방문해 가구 배치 등을 살펴본다”며 “국내 기업들도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이 유연한 사무실 문화를 정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침체로 가정용 가구 업계는 실적이 크게 악화했지만 사무용 가구 업계는 엔데믹을 맞아 재택근무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성장했다. 시장점유율 약 60%로 압도적 업계 1위인 퍼시스는 지난해 매출 381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6.8%나 늘었다. 특히 본격적인 엔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93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문화의 혁신성이 사무실 인테리어에서 시작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창업기업들은 물론 기존 기업들도 각 사가 추구하는 철학에 맞춰 사무공간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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