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분산에너지법 적용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 정치권과 관가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법 적용 대상에 넣을 경우 호남 등에 태양광 설치를 더 부추겨 송배전망 건설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의 재정 여력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는 어렵다. 이 때문에 특정 에너지원 지원 여부보다는 전력 수요 분산 정책에 더 집중해 분산에너지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0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을 논의한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촉진하는 동시에 계통에 큰 부담을 주는 전력 소비처를 각지로 분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분산에너지는 추가적인 송전선로 건설 없이 사용 지역 인근에 설치돼 생산·소비가 가능한 에너지를 뜻한다. 전기사업법에서는 40㎿ 이하의 모든 발전설비와 500㎿ 이하의 집단 에너지 전기·자가용 발전설비를 분산형 전원으로 정의한다. 특정 에너지원을 꼽는 대신 용량이나 전력 계통 부담 여부를 기준으로 분산에너지를 규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분산에너지법 입법 과정에서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이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정치인들이 모두 분산에너지 사업에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하면서다. 국회 산자위의 한 관계자는 “분산에너지법에 속하는 에너지원 중 가장 많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원은 태양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태양광발전 확대와 송전선로 건설은 한 쌍이라는 점이다. 경제성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역 중 지상태양광 중장기 발전단가(LCOE)가 가장 낮은 곳은 전남으로 ㎾h당 124원에 불과했다. 전북(135원), 경북(138원)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서울은 1㎾h당 2127원이나 됐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자 입장에서는 단가가 싼 호남 지역에 태양광 설치를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경우 호남에 송배전망 설치가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호남·강원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접속 용량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한다는 분산에너지법의 취지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전공 교수는 “사실 태양광은 자가용 태양광을 빼면 비분산형 전원”이라며 “우리나라 태양광의 약 40%가 전남에 설치돼 있고 전남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전기는 수도권으로 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에너지원에 집중할 것인가’보다는 ‘에너지 수요자를 어떻게 공급자 인근에 배치할까’를 중심으로 분산에너지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분산에너지법에서 다루는 전력계통영향평가가 대표적이다. 전력계통영향평가란 전력 수요가 상당한 사업자에 전력 계통에 끼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계획을 제출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도 최근 분산에너지법이 통과되는 대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IDC는 센터 1개당 평균 전력사용량이 4인 가구 6000세대에 맞먹지만 전력 수요의 70%는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분산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분산에너지에는 태양광·소형모듈원전(SMR) 등 모든 전원이 포함될 수 있다”며 “계통투자 최소화를 위해 분산에너지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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