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다포스포럼’으로 불리며 세계 최대의 투자가들이 몰리는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의 경제와 기업·투자 등에 대해 논의하는 무대가 5월 초 현지에서 만들어진다. 밀컨연구소가 1998년 첫 콘퍼런스를 개최한 후 아시아 단일 국가 세션이 마련된 것은 일본과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다. 이에 따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 등이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 및 미국 등 해외 투자에 대한 정책 및 방향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리는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국내 주요 경제인과 해외 투자가들이 토론을 벌이는 행사가 처음으로 열린다. 손 이사장과 진 사장,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공제회 등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거시경제 상황과 이에 따른 투자 전략, 국민연금과 KIC 등의 해외 투자 현황 및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하기로 했다.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는 세계 금융의 중심인 뉴욕 월가에서 ‘정크 본드의 황제’로 불렸던 마이클 밀컨이 설립한 밀컨연구소가 매년 4월 말 개최하는 국제 행사다. 1998년 처음 개최됐으며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의 전직 대통령과 총리, 현직 장관들을 비롯해 기업·금융·학계 등에서 4000여 명의 거물급 인사들이 참석해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경제·비즈니스 콘퍼런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3박 4일의 일정 동안 세계경제와 금융시장, 환경,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주제로 100개가 넘는 패널 토론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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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식 행사가 열리는 동안 구글, 제너럴모터스(GM),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의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기업 및 금융회사 임원들 간 비공식 미팅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면서 기관투자가(LP)와 사모펀드(PEF) 운용사(GP)들 간 대규모 투자 및 거래가 논의되는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그동안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세션 주제로 다뤄진 곳은 중국과 일본뿐이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주제 토론 중 K팝이 거론된 적은 있지만 한국 관련 주제가 정식 세션으로 선정되며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KIC 사장을 지낸 최희남 SC은행 이사회 의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장은 KIC 사장 시절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하며 밀컨 회장과 친분을 쌓는 한편 한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현지 관계자들과 글로벌 투자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최 의장은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나 시장 규모, 투자 활동에 따른 자산 축적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밀컨 측도) 충분히 단독 세션을 개최할 만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한국의 기관투자가로부터 출자를 받으려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새로운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운용사들이 대거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세션은 최 의장이 모더레이터로서 사회를 맡으면서 거래소와 KIC, 국내 연기금 및 공제회 등의 최고위 관계자가 참석해 한국 경제 투자자 설명회(IR)를 벌이게 된다. 재계는 글로벌 긴축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및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속에 올해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가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돼 한국 세션이 열리는 것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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