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EV6 들어갑니다. 선내 작업자들은 선적 위치 확인해주세요.”
17일 방문한 경기 평택항의 기아(000270) 전용 부두에서는 수출 물량을 선적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항만 작업자의 무전에 기아의 전용 전기자동차 EV6 12대가 평택항만을 일렬로 달리기 시작했다. 축구장 30개(21만 ㎡) 넓이의 기아 수출 전용 부두의 자동차 행렬은 정박 중인 5만 톤급 완성차운반선(PCTC) ‘동아매티스호’에 차례로 올라 자리를 잡았다. 선내 작업자들은 거센 파도에 차량이 흔들리지 않도록 바퀴를 선체에 꼼꼼히 결박했다.
평택항에서는 기아 오토랜드 광명과 화성에서 생산된 완성차 약 7000대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럽으로 향하는 동아매티스호는 덴마크·독일·아이슬란드·아일랜드·에스토니아를 차례로 들러 ‘메이드 인 코리아’ 완성차를 유럽 고객에게 건넬 예정이다.
친환경차 수출이 크게 늘며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56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한 주요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방지법(IRA)’, 유럽연합(EU)은 ‘핵심원자재법(CRMA)’ 등으로 자국의 전기차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들은 과감한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의 전기차 공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은 더디다. ‘2인3각’ 달리기처럼 뛰어도 모자랄 판에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기업의 미래차 전환을 지원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이 최근 국회 소위를 통과했지만 전기차 공장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반쪽짜리’ 법안으로 전락했다. 국내에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제도가 있어도 화성과 광명 등 수도권에 투자할 때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한국의 투자 환경이 신흥 전기차 강국으로 떠오르는 인도네시아·태국 등에도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미래차 전환은 결국 돈과 사람의 싸움”이라며 “정부·기업·소비자 등 이해 관계자들이 이견을 좁히며 협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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