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개편을 추진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저고위에 예산권을 부여하고 위원회의 다양성을 높이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2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인구특별회계 신설 등을 통해 저고위에 예산 조정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구특별회계는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 연구진이 지난해 저고위의 발주로 발표한 ‘인구전략과 거버넌스 개편(안)’에 담긴 내용이다. 일반회계와 특별회계·기금 등에 분산된 인구정책 관련 사업비를 전입금으로 하는 인구정책 재원으로 기획재정부나 인구정책 전담 기관이 관리한다. 정부 관계자는 “저고위에 예산권을 부여하기 위해 여러 안을 놓고 검토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예산권 부여를 검토하는 것은 저고위의 실질적 권한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당초 저고위는 2005년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범정부 부처로 출범했지만 자체 예산권과 집행권이 없어 독자적인 정책 기획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교수 연구진도 보고서에서 “저고위는 예산 조정 권한이 없어 종합적·체계적인 인구정책 수립 및 일관적인 인구정책 실행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저고위의 구성도 다양화하기로 했다. 현재 저고위 본위원회 정부위원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6개 부처 수장이 맡고 있다. 저고위의 정책 보폭을 넓히려면 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 등 산업·금융 관련 부처도 본위원회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가 저고위 개편 작업을 본격화한 만큼 인구가족부 신설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인구가족부는 이 교수 연구진이 제시한 인구전략 거버넌스 개편 방안 중 하나다. 인구 대책을 전담하는 상설 독립기관이 생기면 저고위 등 컨트롤타워에서 논의된 정책 이행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의 인구 대책은 결혼을 기본 전제로 삼은 측면이 강했다”며 “인구 대책 설계에 앞서 청년층이 결혼을 기피하는 구조적 맥락부터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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