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재정준칙 법제화가 난관을 만났다. 도입에 대해 여야가 큰 틀의 합의를 이루며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야권의 요구에 사회적경제기본법이 논의의 우선순위에 오르면서 국회에서 계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재정준칙 등 경제 법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주 여야가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루면서 이르면 이날 소위를 통과하는 데 이어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에 소위에서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의 논의 순서가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안 다음으로 밀렸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비영리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에 대해 세제 혜택, 공공기관의 의무 매입 등 국가재정을 들여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에서 수년간 숙원 사업으로 추진해왔지만 정부 여당은 이를 ‘운동권 지대(地代) 추구법’이라 부르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당수 사회적기업 등을 진보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되면 특정 정치 세력의 조직화에 활용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회적경제기본법에 대해 “국고를 좌파 시민단체의 현금인출기로 전락시키고 혈세로 운동권 카르텔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특혜법’”이라고 비판했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15일 소위 회의에서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가 인식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에 법안 검토를 지시하는 등 당초보다 진전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현 정부의 국정 기조에 반하고 대다수 여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해 향후 상임위원회에서 공회전될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21일 재정준칙 의결은 불투명하다”며 “야당이 공급망기본법 등 다른 법률을 엮어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절충점을 찾으려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 의장은 2차 중재안(쌀 의무 매입 요건을 초과 생산량 9% 이상, 전년 대비 가격 낙폭 15% 이상)을 제시했지만 여당은 여전히 난색을 표했다. 야당이 그동안 예고한 대로 양곡관리법을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할 경우 여당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여야 간 대치는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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